뜨거운 감자 '의무수납제 폐지' 갑론을박

by유재희 기자
2018.07.25 05:00:00

[‘제로페이’ 둘러싼 3가지 쟁점]②
가맹점 "남는 것도 없는데..껌 한통도 카드 결제 너무해"
소비자 "현금없는 사회 다가오는데 동전 들고 다니라니"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론이 7년 만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가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의 하나로 의무수납제 폐지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번에 의무수납제가 폐지되거나 일정 금액 미만은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는 방안이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관계기관, 업계,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카드수수료 관계기관 TF’가 운영 중이다. TF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연말쯤 카드수수료 종합 개편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핵심 안건으로 의무수납제 폐지(전면폐지 또는 소액결제에 한정)가 거론되고 있다. 의무수납제는 카드 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로 100원 단위의 소액이라도 카드결제를 거절할 수 없다.

그동안 가맹점들이 의무수납제 폐지를 요구했던 것은 생수, 담배, 껌 등 소액의 물품도 카드로 결제하다 보니 수수료를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어 카드사와의 수수료 협상에서 열위 한 위치일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가맹점들은 의무수납제를 폐지하면 수수료 협상력이 높아져 수수료 인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드사들도 이에 할 말이 많다. 소액 결제건은 카드사 입장에서도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밴(VAN)수수료가 정률제로 바뀌었지만 종전 정액제(건당 100원)에선 800원짜리 생수가 카드로 결제되면 가맹점으로부터 18.4원(800*2.3%)의 수수료를 받아 밴사 수수료로 100원을 지출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액결제건이 많은 가맹점에는 수수료율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카드사들이 그동안 의무수납제 폐지를 반대하다 최근 중립 또는 찬성으로 선회한 이유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정부가 의무수납제를 빌미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어 차라리 의무수납제를 폐지하고 수수료 책정에 자율권을 부여해 달라는 입장이다.



가맹점과 카드사가 의무수납제 폐지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소비자의 반발이다. 소비자들은 의무수납제 폐지에 대해 시대의 역행이라고 지적한다. 세계적으로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에 대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일 평균 카드(신용·체크) 이용률은 71%에 달한다. 현금을 챙기지 않은 지 오래인데 카드 소액 결제를 거부하면 결국 현금을 지참해야 한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불편함을 감내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자영업자의 세금 회피 가능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가 지난 1998년 의무수납제를 도입한 이유 중 하나는 자영업자의 세원을 투명화하기 위해서였다. 자영업자들이 매출액의 10%인 부가가치세를 회피하기 위해 현금 매출을 누락시키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매출 내역이 모두 잡혀 세원을 투명하게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이보우 단국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아직까지 소상공인 세원 투명화가 이뤄졌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의무수납제 제도를 좀 더 유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의무수납제 폐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어서 소비자와 카드사, 가맹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금영수증 제도 등을 통해 자영업자의 세원 투명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