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이 여인 자태에 저릿하다…김기창 '물레질'
by오현주 기자
2018.07.09 00:10:00
연도미상·근대 작
''청록산수''로 혁신미학세계 연 운보 초기작
스승 이당 김은호 화풍 깊게 풍겨낸 채색화
좋아하던 ''청록색'' 여인치마에 살짝 얹은듯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치도 흩어지지 않은 자태. 단아한 차림의 한 여인이 물레에서 실을 뽑아내고 있다. 고운 결의 그림이다. 내실은 물론 마당의 장독대, 그 곁에 세운 나무의 열매까지 곱디 곱다.
운보 김기창(1913~2001)은 전통한국화의 고루한 틀에서 스스로를 빼내 ‘청록산수’란 혁신적 미학세계를 열어젖힌 인물로 알려져 있다. 화면의 절반 이상을 청록의 산수로 채우고 민화풍의 전경을 이상향으로 잡아내는 ‘바보산수’를 그렸다. 하지만 이는 1970년대 이후 작업.
초기작 ‘물레질’(연도미상·근대)에선 스승 이당 김은호(1898∼4979)의 화풍이 저릿하게 풍겨 나온다. 어린 시절 앓은 열병으로 청각상실에다가 언어장애까지 겪은 비운의 천재화가가 비단에 휘감은 정교한 채색화. 그가 좋아하던 청록색은 여인의 치마에 살짝 얹었다.
12월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언주로 코리아나화장박물관서 여는 소장품 기획전 ‘여공, 조선여인의 일과 삶’에서 볼 수 있다. 비단에 채색. 64×64㎝. 코리아나화장박물관 소장·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