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지나 기자
2017.11.13 04:00:00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흔히 남이 잘 되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시기와 질투의 대명사처럼 사용되는 속담이지만 사회적 양극화, 부의 격차가 심화된 근래에는 또다른 의미가 더해지면서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말이 됐다. 바로 상대적 박탈감이다. 누군가는 하루 24시간 힘들게 일해도 겨우 먹고 살고 또다른 누군가는 임대 소득으로 앉은 자리에서 편하게 돈을 벌고 있다면, 대다수는 불합리하다고 느낀다.
홍종학 벤처중소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보고 있으니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미성년자인 홍 후보자의 딸이 8억원이 넘는 건물을 증여받았다는 사실에 첫번째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이어 평소 부의 대물림을 강하게 비판하던 홍 후보자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두번째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홍 후보자 딸의 증여 문제를 두고 위법이냐, 편법이냐 혹은 절세냐, 탈세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위법과 편법, 절세와 탈세를 종이 한장 차이라고 하지만, 홍 후보자의 딸이 증여세를 납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모녀간 차용거래의 경우 탈세를 위한 편법 행위로 여겨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증여세 납부를 장려하기 위해서 국세청에서도 절세 방법으로 분할증여를 제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족간 차용거래를 통한 증여세 납부는 법의 당초 취지에서 어긋난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한 야당 의원은 “차용명의로 된 공동계좌에서 딸에게 임대료가 입금되면 딸이 그 돈으로 이자를 내는 식인데, 사실상 엄마가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다”며 “증여세를 적게 내기 위한 꼼수가 아닌가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대변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중소기업, 프랜차이즈업체-가맹점, 갑의 위치를 악용해 각종 편법과 위법이 난무하는 관계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편법과 위법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 그가 과연 약자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해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