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성문재 기자
2017.10.09 06:30:00
장기수선계획 맞춰 미리 적립하는 돈
실제 필요한 금액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
노후화 예방시엔 가치보존 효과가 더 커
효율 극대화 위한 합리적 부과기준 필요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매달 부과되는 아파트 관리비 가운데 ‘내가 이 돈을 왜 내야하지?’하는 생각을 한번쯤 했을 법한 항목으로 장기수선충당금이 있습니다. 말그대로 장기적인 수선계획에 따라 미리 쌓아놓는 돈을 의미하는데요. 공동주택관리법상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중앙집중난방, 엘리베이터 등의 주요 시설을 보수·교체하고 조경, 도색 작업 등을 진행하는데 이때 쓸 돈을 미리 주택 소유자들에게 받아놓는 것이죠. 임차인이 거주하는 경우는 일단 세입자가 관리비와 함께 납부를 하고 이사갈 때 집주인으로부터 정산을 받습니다.
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월 1만~2만원 정도인 이 돈이 아깝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계획대로 잘 사용되고 있는지 신경을 쓰기도 어렵고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장기수선계획에 맞춰 해당 보수 공사 사업자를 선정하는데, 나중에 추가 비용이 들어가 입주자들의 불필요한 부담을 키우는 문제도 간혹 발생합니다.
장기수선충당금 적립액이 넉넉한 것도 아닙니다. 관리비 상승에 대한 거부감이 큰 탓에 실제 필요한 금액 대비 10~20% 밖에 걷히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건축물의 노후화를 예방하는 데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미래 입주민인 주택구매예정자에게 그 책임이 전가될 수 있습니다.
국토부가 지난해 8~10월 전국 1285개 단지 64만5239가구의 2015년 말 기준 장기수선충당금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 단지가 필요로 하는 충당금 평균은 ㎡당 628.8원이지만 실제 걷힌 충당금 적립금 평균은 ㎡당 99원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장기수선충당금 평균 월부과액의 전국 평균이 ㎡당 143원이었습니다.
임대공동주택의 경우에는 최저적립금액을 법으로 정하고 있는데요. 분양 공동주택에도 하한선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작년 8월부터 시행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토부는 충당금 최소 적립 기준을 고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최소 기준이 마련되면 아파트 관리비가 큰 폭으로 오를 수 있어 단계적으로 추진해야한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어쨌든 분명한 건 노후화가 진행된 뒤에 이를 복구하는 것은 미리 예방하는 것보다 더 큰 비용이 든다는 사실입니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2017년도 표준건축비는 ㎡당 181만2000원입니다. 100㎡ 짜리 공동주택이라면 부대복리시설을 제외하고 건축비만 1억8120만원이죠. 단순 계산해서 건축물의 평균 수명인 30년으로 나누면 연간 600만원의 감가상각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건축물 수명을 1년 연장하면 가구당 600만원의 가치보존 효과를 얻는다는 뜻입니다.
‘무조건 관리비를 절감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투입비용 대비 기대효과를 비교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토부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장기수선충당금 최소 적립기준과 연계한 효율적 관리방안을 연구중이라고 합니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해 합리적인 부과기준을 마련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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