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100일]외신 반응 변천사 살펴보니

by김형욱 기자
2017.08.14 05:15:00

美 우려→안정…中 기대→실망 변해
日 대북 유화책·위안부 ‘혹평’ 일색
‘코리아 패싱’ 현실 속 北 해법 기대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이 4일 공개한 문 후보가 표지에 실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아시아판. (사진=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올 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어지는 우리 정국은 평소 이상으로 주요 외신의 주요 기사로 다뤄졌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엔 북한 문제를 놓고 문 대통령의 관련 행보와 발언이 주변국의 관심을 끌었다.

국가·시기별로 반응은 엇갈린다. 문 대통령 정부 100일 새 영미 언론은 한미관계가 약화하리란 초창기 우려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와 달리 관계 개선을 기대했던 중국 언론은 지난달 말 문 대통령의 사드 배치 결정을 계기로 비판적인 견해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언론은 한미일 동맹을 의식하듯 대체로 중립적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위안부협상 재검토 등 발언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 서방 언론의 반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건 5월 첫째 주 타임지 아시아판이다. 국내에서도 표지의 강렬한 문 대통령 모습이 화제가 되며 인기리에 판매된 이 잡지엔 문 대통령을 ‘The Negotiator(협상가)’로 불렀다. 문재인이 북한 김정은을 다룰(deal with) 한국의 리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미국이나 중국이란 강대국 사이에서 주도적인 대북 외교를 펼치겠다는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 외신들은 이 때문에 당시 문 대통령 정부를 우려스럽게 바라보기도 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울과 워싱턴 사이의 마찰(friction)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 뉴욕타임스(NYT) 역시 “북핵으로 대치 중인 한반도 지정학을 뒤흔들 수 있다”며 대북 강경론을 펼쳐 온 트럼프 정부와의 상반된 정책을 전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나 CNN, USA투데이, 포브스 등 현지 유력 언론 대부분이 비슷한 우려를 내비쳤다. 특히 NYT는 사설을 통해 “한미의 분열은 북한의 질주를 보여줄 뿐”이라며 “한미 정상이 최대한 빨리 만나서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서방 외신의 분위기가 극명히 바뀐 건 한미 정상회담이다. WSJ나 NYT, 로이터, CNN 등은 일제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긴장을 언급하면서도 한미 양국이 북한 문제애 대해선 공감대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두 번째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 직후인 지난달 29일 유보적 입장을 취해 왔던 미군의 사드 한반도 신속 배치를 결정한 이후부터는 한미 관계의 결속 약화 우려하는 외신 기사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나 북한을 두고 미국과 대립해 온 중국의 상황은 정반대이다. CCTV를 비롯한 중국 내 관영 언론은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협상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취임사 발언을 속보로 전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사드 한반도 배치에 반대해 온 중국 언론은 7월 초 사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계속해서 드러냈고 문 대통령이 7월 말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불편함은 극에 달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의 영자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 10일에도 ‘제재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배치 결정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 정권에 대한 일본 주요 언론의 보도는 취임 전후나 현재나 크게 다르지 않다. 줄곧 비판적이다. 한미일 동맹관계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 대북 유화책이나 일본군 위안부 재협상 문제 등에 대해선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은 지난 10일에도 서울지국장발 사설을 통해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독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이른바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으나 한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다는 현실, 국제 정치의 리얼리즘만 맛봤다”며 “문 대통령 정권의 고뇌는 이어질 것”이라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