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종오 기자
2017.07.20 05:30:00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2월 9일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대표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일침을 날렸다.
그는 “증세 없는 복지가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했다. “법인세를 정상화하는 등 부자 감세 철회를 뚫고 나갈 것”이라며 “꼼수에 맞서 서민 지갑을 지키고 복지 줄이기를 반드시 막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나 대통령이 된 그가 내놓은 정책 청사진도 지난 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요술 방망이를 다시 꺼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19일 발표한 새 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보면 대선 공약 201개를 반영한 100대 국정 과제 실행에 필요한 비용은 임기 5년간 총 178조원으로 추산됐다. 중앙 정부가 151조 5000억원, 지방 정부가 26조 5000억원을 지출한다.
돈을 마련하는 방법은 대선 때 제시했던 것과 달라졌다.
지출 구조조정 등 재정 개혁(세출 절감)을 통해 마련할 금액이 애초 112조원에서 95조 4000억원으로 16조 6000억원 줄었다. 반면 세법 개정 등 세입 개혁으로 조달하겠다는 돈이 66조원에서 82조 6000억원으로 늘었다. 쓰는 돈을 아껴 전체 공약 재원의 53.6%를 마련하고, 나머지 46.4%는 세금 등 들어오는 수입을 늘려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가 비과세·감면 정비 등 사실상 증세(增稅)를 통한 재원 마련액을 31조 5000억원에서 11조 4000억원으로 대폭 줄이고, 공약집에 없던 초과 세수 60조 5000억원을 재원에 끼워 넣었다는 점이다.
최근 기업의 영업 실적 호조 등으로 인해 세금이 잘 걷히자 정부의 당초 예측보다 더 들어오는 세금으로 전체 공약 소요 재원의 3분의 1가량을 메꾼 것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초과 세수는 제도 개혁이 아니라 경기 효과에 의한 것으로, 이런 식이라면 문재인 정부가 공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하는 것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우리나라 재정이 현재 적자 구조인 데다 조세 부담률은 낮고 지출 수요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도·정책 개혁을 통한 재원 확충 방안이 없다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초과 세수는 말 그대로 ‘국세 수입 예상 증가분’이다. 향후 경기 여건에 따라 실제 정부 곳간에 들어오는 세금은 예상보다 적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약속했던 복지 확대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는 문재인 정부 5년간 초과 세수 규모를 계산할 때 올해 경상 성장률(물가 상승 요인을 반영한 경제 성장률) 전망치인 3.8%보다 1%포인트가량 높은 경제 성장세가 2022년까지 이어지리라는 추정치를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수를 과대 추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의 세수 호조세 등을 고려해서 안정적으로 달성 가능한 수준을 전망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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