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3色 해변①] 몬테 카를로 비치를 옮겨놓은 듯한 '리펄스 베이'
by강경록 기자
2017.07.08 00:01:00
홍콩관광청 추천 3색 매력 품은 홍콩 해변
최경숙 여행작가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바캉스라는 개념이 무색해진 요즘이라지만, 여름이 되면 떠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는 것은 현대인에게는 이미 본능이 되어 버린 듯하다. 특히, 바다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어서 떠나자고 재촉하는 연인, 여름 방학을 맞은 가족과 함께 라면 당연히 좋고, 혼자라면 더 좋을지도 모를 홍콩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유럽의 어딘가 같기도 하고, 미국의 어디 같기도 하다가 전형적인 동남아시아의 풍광을 자랑하기도 하는 홍콩 바다의 팔색조 매력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도시와 자연, 관광과 휴식을 모두 누릴 수 있는 홍콩은 인천공항 기준 20회 이상의 항공편이 운항되고 있으며 약 3시간의 비행시간이면 충분하기에 언제든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곳이다. 가깝지만 전혀 다른, 새로운 영감과 힐링을 위한 여행지로 최적화되어 있는 홍콩 그리고 그 속의 바다로 떠나보자.
◇유럽을 닮은 ‘리펄스 베이’
깎아지는 산비탈에 고급 빌라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줄지어 있고 초승달처럼 굽은 백사장은 깊은 에메랄드빛 바다를 품고 있는 곳이 있다. 주말이면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일광욕을 하거나 시원한 바다에 몸을 맡기는 관광객과 젊은이들이 넘치는 곳. 모나코의 몬테 카를로 비치 같지만 실은 홍콩의 리펄스 베이 비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센트럴역 A 출구로 나와 익스체인지 스퀘어(Exchange square, 버스 터미널)에서 스탠리행 버스를 타고 도심을 지나 산속을 20분쯤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탁 트인 바다가 나타난다. 화려하고 분주한 센트럴을 벗어나자마자 등장하는 숲과 바다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버스 2층 좌석에 앉아 느끼는 스릴은 덤이다.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와 해안을 바라보고 있는 고급 주택가, 골프장 등이 도심과는 180도 다른 풍경으로 ‘여기, 홍콩 맞아?’ 하는 의문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리펄스 베이 비치는 이제 전장의 역사나 해적의 요새 로서의 악명 따위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곳이다. 넓고 아름다운 백사장과 깨끗한 해변, 편리한 쇼핑 시설로 거주민과 여행자들의 낙원일 뿐이다.
리펄스 베이 비치는 전반적으로 쾌적하고 관리가 잘 된 해변이라는 인상을 주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바다처럼 먼 곳부터 알싸하게 코를 자극하는 ‘바다 내음’도, 홍콩의 흔한 모기나 샌드플라이도 거의 없다. 오스트리아와 중국에서 퍼 온 모래로 만든 인공 백사장이지만 인공미보다는 정갈함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해변가에 조성된 나무 그늘에 앉아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유유자적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해변가에 위치한 쇼핑몰 ‘더 펄스(The pulse)’의 카페 ‘클래시 파이드(classified)’의 흔들의자에 앉아 해변을 바라보며 커피와 함께 휴식을 취해도 좋고, 뜨거운 태양을 피해 ‘라임 우드(lime wood)’ 창가에 앉아 칵테일을 홀짝여도 좋을 것이다. 모래가 신발에 들어가는 것은 싫지만 해변의 분위기는 만끽하고 싶다면 ‘더 펄스’의 루프탑 바인 카바나(Cabana)에서 자쿠지에 몸을 담그거나 선 배드에 누워 리펄스 베이 비치를 한 눈에 담아보는 호사도 누려 볼 수 있다.
그늘에 누워 책을 읽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지만, 해수욕 인파를 보며 덩달아 몸이 근질거릴 확률이 높다. 리펄스 베이 비치에는 시즌이면 인명 구조 요원이 대기 중이고 상어 접근을 막는 그물막이 설치 되어 있으며, 파도가 잔잔하고 수심이 완만해서 물놀이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샤워장은 실외에 있어 수영복을 입은 채로 모래와 염분을 씻어내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도록 되어 있다. 최고급 시설은 아니지만 깨끗하게 관리되어 사용하는데 불편함은 없으며 모두 무료이다. 해수욕 후에는 ‘더 펄스(The pulse)’에 있는 수제 햄버거 전문점인 ‘핫샷(hot shot)’에서 햄버거와 콜라로 허기진 배를 채워도 좋을 것이다.
◇건물 하나하나에도 역사와 낭만 가득
또 하나의 명물로 ‘리펄스 베이 멘션’이 있다. 과거 식민지 시대 최고급 호텔이었지만 현재는 리모델링을 거쳐 주민들이 거주하는 고급 멘션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비치로 이어지는 버스 정류장이기도 한 이 멘션의 아래층에는 페닌슐라 호텔에서 운영하는 ‘더 베란다(The Verandah)’라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영화 ‘색계’의 촬영지로 유명해졌다. 이 곳에 들러 브런치나 애프터 눈 티(afternoon tea)를 즐기는 것은 선택 사항이지만,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최고인 ‘핫 스폿’은 굳이 식사를 하지 않아도 한 번 들러 볼 법하다. 멘션의 쇼핑 아케이드도 가 볼만 한데 유럽의 정원 스타일로 리모델링하여 클래식 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작은 분수가 있는 휴식 공간 주변에는 서점과 의류매장, 인테리어 숍 등이 있으며 입주자 외에 일반인들의 출입도 자유로우니, 산에 사는 용이 승천하기 위한 커다란 구멍을 만든 아파트로도 유명한 ‘리펄스 베이 멘션’에서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리펄스 베이 비치에 와서 쇼핑몰과 해변을 보고, 다 둘러 보았다고 방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리펄스 베이 끝자락에 위치한 기이한 도교 사원인 ‘쿤 얌 신사 (Kwun Yam Shrine)’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 신사는 홍콩 전역에 흩어져 있는 70여 곳의 ‘틴 하우 템플(Tin Hau Tample)’ 중 하나이다. 틴 하우가 홍콩인들에게 많은 사랑받는 까닭은 어부와 바다를 지켜주는 수호신이기 때문이다. 크지 않은 규모의 사원에는 중국 신화의 신과 용, 금붕어, 숫양 등 다양한 크기의 다채로운 모자이크 상들로 가득하다. 물고기 상의 입 속으로 동전을 던지며 행운을 빌거나 좋은 배우자를 맞이하도록, 혹은 자녀를 얻도록 기원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붉은색으로 장식된 작은 교각인 ‘장수교’는 건널 때마다 수명이 3일씩 연장 된다고 하니 수명 연장의 꿈을 안고 장수교를 건너 보는 것도 잊지 못할 체험이 될 것이다.
센트럴에서 30분, 코즈웨이 베이에선 10분이면 만날 수 있는 리펄스 베이 비치는 사실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나도 좋은 곳이다. 보고, 쉬고, 맛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치유와 새로운 영감을 선사 할 것이다. 이왕이면, 관광버스로 북적이는 주말보다는 한적한 주중에 가볼 것을 권한다.
▲찾아가기=MTR 센트럴역 A 출구에서 익스체인지 스퀘어에서 6, 6X, 6A, 260번 버스에 탑승해 ‘리펄스 베이 멘션’에서 내려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