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문턱에서 되돌아온 내츄럴엔도텍 장현우 대표

by강경훈 기자
2016.12.23 05:00:00

기술력 자부하느라 세상과 소통 등한시
美·유럽 인증으로 해외 진출 재추진
반도체 기술 응용 화장품 새 동력

장현우 내츄럴엔도텍 대표가 세계 여러나라에서 팔리는 백수오복합추출물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모두 내츄럴엔도텍 원료로 만든 제품들이다.(사진=강경훈 기자)
[성남=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백수오 사태’였다. 지난해 4월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대부분이 식용으로 쓸 수 없는 이엽우피소로 만들었다’는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검찰조사가 이어졌다.

백수오 최대 기업인 내츄럴엔도텍(168330)은 두 달 동안 부당이득, 고의성, 배임, 횡령 등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원료 중 이엽우피소가 일부 포함됐지만 고의성이 없고 극소량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내츄럴엔도텍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1200억원 하던 연매출은 지난해 445억원, 올해에는 3분기까지 46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9만원이 넘었던 주가는 8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대한민국 기술대상, 세계 일류상품, 대통령 표창 등을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던 회사가 한순간에 파렴치한으로 몰렸다.

나락으로 떨어졌던 내츄럴엔도텍이 최근 광고를 재개하며 백수오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일부에선 ‘일으킨 물의에 비해 자숙기간이 너무 짧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지만 회사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강변했다. 지난 8월 새 대표이사에 취임한 장현우(47) 대표를 만나봤다.

◇“우수한 품질만큼 ‘소통’ 중요하다는 것 깨달아”

백수오 사태 당시 내츄럴엔도텍은 ‘제품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은 어설픈 대응 탓에 불신이 커졌다. 회사 설립자인 김재수 전 대표는 백수오 문제 해결 후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며 법무실장이던 장현우 이사가 신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력만큼 소비자와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결정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최대주주 자격만 유지하고 있다. 변호사인 장 대표는 2002년부터 내츄럴엔도텍의 법률자문을 하다 2013년 본격적으로 내츄럴엔도텍에 합류했다. 변호사 시절에는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을 5년간 겸임했다. 장 대표는 “첨예한 주장이 맞서는 다양한 상황에서 이들의 주장을 조정하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일에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백수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사명령제 시행 대상이 됐다. 식약처 검사를 통과한 원료만 쓸 수 있는 것인데, 백수오 재배 농가도 대상이라 파종부터 재배, 수확, 포장의 모든 단계별로 식약처와 소비자단체의 검사를 거친다.

◇유럽 ‘노블 푸드’ 인증으로 해외 진출 파란 불

보통 건강기능식품 회사는 막대한 연구비 때문에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거의 하지 않는다. 회사는 백수오 복합추출물에 대해 무작위, 이중맹검, 다기관 시험 등 신약개발 과정에서 나올 법한 임상시험을 진행해 효과를 규명했다. 이런 노력 덕택에 백수오 복합추출물은 2010년 미국 FDA로부터 신기능성 물질(NDI) 허가를, 2011년 캐나다 식약처로부터 천연물(NPN) 허가를 받았다. 현재 10여개국에 백수오 복합추출물을 수출하고 있다. 월그린이나 CVS 같은 미국의 유명 드럭 스토어 체인이나 아마존 같은 인터넷 쇼핑몰 ‘갱년기 여성 건강’ 코너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EstroG-100’이 바로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복합추출물이다.

백수오 복합추출물은 지난 10월 유럽식품안전국(EFSA)로부터 신소재 식품원료(노블 푸드)허가 최종 심사를 통과했다. 유럽에서 써 본 적이 없는 건강기능식품 원료가 유럽에 진출하기 위해 꼭 필요한 허가인데 이를 받으려면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밝혀야 한다. 장 대표는 “단순히 ‘동양에서 오래 전부터 썼고 효과가 좋다’는 주장만으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며 “백수오 혼합추출물은 개발 초기부터 해외진출이 목표였기 때문에 효과를 입증할 다양한 연구를 병행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EFSA 허가로 내츄럴엔도텍은 6개월 이내에 유럽 27개국에 진출하게 된다. EFSA 허가를 바탕으로 내츄럴엔도텍은 중동, 러시아·독립국가연합 등 50개국 이상의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이크로 니들 이용한 반도체 화장품 선보여

내츄럴엔도텍은 6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엔도더마’라는 자회사를 만들었다. 주력 제품은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단위의 마이크로 니들(mirco needle)을 이용해 히알루론산을 진피층에 전달하는 패치형 화장품 ‘엔도스킨’이다. 장 대표는 “바르는 화장품은 입자가 커 피부 진피층까지 도달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바늘이 붙은 패치형이지만 통증이 없고, 한 번 붙이면 7일 동안 효과가 지속된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현재 홍콩, 대만, 필리핀, 태국, 러시아에 수출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 일본, 독일 등 10여개국에 추가 진출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엔도더마를 제약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화장품 대신 약을 넣어 통증 없이 맞는 주사가 첫 목표다. 엔도더마의 성장은 내츄럴엔도텍으로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장 대표는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백수오 제품과 추출혼합물 원료 판매가 차지하다 보니 백수오 사태로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며 “백수오 제품 정상화와 함께 화장품이라는 엔진까지 달리면 회복과 성장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츄럴엔도텍의 매출 및 영업이익(자료=네츄럴엔도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