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코리아의 조건]침체된 수출, 요란한 보호무역.."수출 체력 키워야"

by최훈길 기자
2016.10.04 05:00:45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베이징=김대웅 특파원] “사드 후유증이 어떻게 영향을 줄지 종잡을 수 없다는 게 제일 답답하다.”(A 수출기업)

“중국·미국의 무역보복 얘기가 많지만 정부가 무역보복이라고 미리 예단할수록 부작용이 크다.”(정부 고위관계자)

세계적인 경기 둔화에 보호무역 기류까지 겹쳐 수출이 끝 모를 침체에 빠졌다. 특히 중국, 미국 등 우리의 주요 수출국에서 나타나는 보호무역 움직임으로 장기적인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통상 마찰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주력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키우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수출 감소세는 심상치 않다. 19개월 간 감소세를 기록한 수출은 지난 8월 증가세(2.6%)로 잠깐 반등한 뒤 1개월 만에 다시 감소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일 잠정 집계한 9월 수출액이 409억달러로 작년 9월과 비교해 -5.9% 감소했다. 1~9월 수출액도 작년 같은 시기보다 10.7% 감소했다.

13개 주력품목 중에서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선박, 석유제품 등 10개 품목의 수출이 감소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005380) 파업, 삼성전자(005930) 갤럭시노트7 리콜, 선박 인도 감소 등의 요인까지 작용해 하반기에도 수출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특히 중국, 미국으로의 수출은 수개월간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으로의 수출은 무선통신기기·석유제품 수출 감소로 -9.1%를 기록, 작년 7월부터 1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6.1%를 기록해 4개월 연속 감소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요 교역국에서 발생한 한국산 농식품 통관거부는 총 1744건으로 집계됐다. 미국에서 5년간 1055건이 발생해 60% 이상을 차지했고, 중국이 459건으로 뒤를 이었다. 미국과 중국이 전체의 87%를 차지했다.

중국, 미국에서의 수출 경쟁도 심각해졌다. 산업연구원은 2010년에서 2014년 사이 아세안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수출 경합도가 66.4에서 70.2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100에 가까울수록 수출 상품이 유사해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의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포스코의 열연·냉연 제품에 대해 미국 상무부가 부과한 각각 61%, 64.7%의 반덤핑·상계관세를 확정했다.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정부는 보호무역 기류를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보호무역에 따른 수출 여파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정치적인 문제와 경제적인 문제는 독립돼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여파를 직시하고 장기적 대책을 짤 것을 주문한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그동안 중국이 보여준 외교 스타일로 봤을 때 사드 경제제재는 이제 시작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며 “안보는 미국, 중국은 경제라는 우리의 이분법적 접근 방식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경기적인 요인과 국내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맞물려 가고 있기 때문에 수출 침체가 계속되는 것”이라며 “이제는 내수 쪽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가져가는 성장구조를 만들어가면서 장기적으로 수출 체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