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 바꾼 산업지형]④샤오미발 반값TV까지.."단말기 조립시대"
by오희나 기자
2015.12.02 00:40:42
[이데일리 오희나 김유성 기자] 반값 스마트폰에 이어 반값 UHD TV, 반값 세그웨이(개인용 이동수단)까지 등장하고 있다. 기획과 생산, 유통을 분리해 원가를 절감한 덕분에 기존 가격 구조가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11월 25일 공개된 샤오미의 신제품 ‘홍미노트3’는 메탈 소재에 지문인식 기능까지 탑재하고도 가격은 16GB 모델이 899위안(약 16만원), 32GB 모델이 1099위안(약 20만원)에 불과하다.
샤오미는 ‘대륙의 실수’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가성비 높은 제품을 선보이면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월 출시한 샤오미의 대화면 전략 스마트폰 ‘미노트 프로’의 전체 재료비는 237 달러 수준이다. 이 제품은 소비자가격은 625달러 선이다.
아이폰6 플러스 가격의 재료비가 240달러, 판매가는 849달러이고, 삼성전자의 갤럭시 S6 엣지의 재료비가 290달러, 판매가는 799달러 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훨씬 저렴하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샤오미가 스마트폰을 위탁방식으로 생산하고 마케팅 비용을 줄인 이유에서다. 샤오미는 폭스콘 등에 아웃소싱하고 부품은 퀼컴, 소니, LG디스플레이 등에서 공급받는다.
류더(劉德) 샤오미 공동창업자(부회장)는 지난달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창조경제박람회 개막식에서 “삼성전자를 방문해 삼성전자의 휴대폰 같은 제품을 만들겠다고 장담했다”고 자랑하면서 “샤오미 제품은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를 높였다. 이런 방식은 전세계 공급사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샤오미는 60인치 초고화질(UHD) TV를 9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선보였고 세그웨이의 닮은 꼴인 ‘나인봇’을 3분의 1가격에 내놓기도 했다.
나인봇의 공식 총판사인 유지곤 로보웨이 이사는 “샤오미는 일명 ‘대륙의 실수’ 시리즈로 외장배터리, 체중계, 스마트밴드, 공기청정기, 액션캠 등을 만들었다”며 “불필요한 비용을 없애고 가격경쟁력으로 소비자에게 더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에서 단독 출시한 ‘루나’는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루나는 TG앤컴퍼니 직원 5명이 디자인하고 20여명의 인력이 개발했다. 루나 개발사 이홍선 TG앤컴퍼니 사장은 루나의 성공 비결로 △첨단 기능이 아닌 디자인에 주목한 점(세계최초가 아닌 기능의 최적화) △디자인과 제조, 마케팅의 분리(비용 하락)를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기술력이 우수함에도 세계적인 트렌드인 드론이나 퍼스널모빌리티 시장에서 낙후돼 있는 이유는 이종 기업들이 함께 뭔가 해 보려는 분위기가 많지 않고, 불필요한 산업규제도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