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진우 기자
2015.04.28 05:00:00
1. 청와대 비서관(1급) 출신의 A씨. 그는 연초부터 모든 것을 접고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갈지, 재직 중인 법무법인 고문직을 유지할지 고민하다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A씨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당적으로 고향에서 도전장을 던졌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고 내년 20대 총선에 재출마하기 위해 준비하다가 이제는 정치를 포기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 그는 늦어도 5월 말까지는 고민을 끝낸 후 거취를 결정하기로 했다. A씨가 고민하는 이유는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때문이다. A씨는 “오픈프라이머리가 도입되면 정치 신인에게는 많이 불리하다. 특히 영남에서는 정치 신인이 현역 의원을 따라갈 수가 없다”며 “내일모레가 50인데 지난번 (낙천한)경험도 있고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난 정치중독자가 아니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2. 청와대 선임행정관(2급)을 지낸 B씨. 그는 주중에는 적을 두고 있는 경기도에서 지내고 주말에는 고향인 강원도로 내려가는 생활을 반 년 이상 지속하고 있다. B씨는 고향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준비 중이지만 딱히 할 수 있는 활동이란 게 없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예비후보자 등록(선거 120일 전) 이전에는 명함을 돌리거나 선거사무소를 개소하는 등 공식 선거활동을 하는 게 금지돼 있다. B씨는 “지역에 내려가도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수준이다. 주민들에게 명함도 주지 못하고 홍보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며 “현역 의원들은 현직을 이용해 할 건 다 하고 있는데 정치 신인들은 현행법상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B씨가 바라는 건 정치 신인들이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그는 오픈프라이머리가 도입되면 현역 의원에게 더 유리한 만큼 하루라도 빨리 도입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정치권에 요청했다.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27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공직선거법 개정 방향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선거구 획정과 오픈프라이머리 등 주요 내용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오픈프라이머리가 기득권 정치구조를 공고히 하고 정당정치의 원칙에 반한다면서 대체로 우려 섞인 입장을 내놨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는 “현역과 신인 간 불공정을 완화하기 위해선 상시적인 선거운동과 충분한 선거인단이 정당별로 확보돼야 한다. 그래야 조직 동원선거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역부터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의 민주화를 목표로 하지만 정당의 해체와 정치개혁에 오히려 역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는 앞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공천 혁신안을 잇따라 내놨지만 정치 신인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정치권 진출을 촉진하는 내용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여야가 각자의 이해타산으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합의해 법제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오리무중’인 오픈프라이머리에 정치 신인들이 고려해야 할 ‘경우의 수’만 늘어난 셈이다.
●오픈프라이머리(open primary)란. 대통령·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를 뽑을 때 당적 보유와는 무관하게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해 각 정당의 후보자를 선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당의 후보를 당원이 아닌 국민이 직접 선출한다는 점에서 ‘완전국민경선제’ 혹은 ‘개방형 예비선거제’라고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