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新트로이카 체제 구축되나

by이재호 기자
2014.11.19 05:30:46

우남성 사장 복귀, 전영현 부사장 승진 가능성 높아
김기남 총괄 사장 진두지휘, 실적 극대화 주력할 듯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수뇌부 진용을 재편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물론 그룹 전체의 실적을 좌우할 핵심 사업으로 부상한 반도체 분야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이재용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말 인사를 통해 부품(DS)부문 반도체 사업의 경영진을 재배치할 방침이다.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건강 악화를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우남성 전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의 복귀 여부다. 우 사장은 지난 4월 허리를 다친 뒤 집중 치료를 위해 5월부터 병가를 냈다.

그러나 지난 9월 말에는 중국 칭화대가 마련한 명예교수 위촉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직접 베이징을 방문하는 등 건강 상태가 크게 호전된 상황이다. 최근에는 기흥 사업장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정기 인사에서 시스템LSI사업부를 다시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 우남성 전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전영현 메모리사업부장(부사장). 삼성전자 제공
우 사장의 병가 이후 5월 30일자로 단행된 소폭 인사에서 메모리사업부장으로 선임된 전영현 부사장의 사장 승진 가능성도 높다. 전 부사장은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이었던 2012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올해로 만 5년이 됐다. 특히 메모리사업부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중추로 그동안 사장급이 맡아 왔던 자리다.

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 현재 겸직하고 있는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은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방식으로 인사가 이뤄지면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은 겸직 중인 시스템LSI사업부장을 우 사장에게 넘기고 반도체 사업 전반에 걸쳐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에 집중할 수 있다. 김 사장의 주도 속에 우 사장과 전 부사장이 각자의 사업부를 이끄는 새로운 ‘트로이카(Troika·삼두마차)’ 체제가 구축되는 것이다.



DS 부문 대표이사인 권오현 부회장이 여전히 건재하지만, 반도체 외에도 LED사업부와 삼성종합기술원 등을 함께 챙기고 있어 반도체분야에선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만 참여하는 식으로 역할을 줄여 나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번 개편 작업은 반도체 사업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려 실적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부분은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시스템LSI사업부 실적의 턴어라운드 가능성이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업계 최초로 14나노 핀펫(Fin-Fet) 공정기술을 개발하고 퀄컴과 애플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물량을 수주하는데 성공하면서 내년부터 공급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LSI사업부가 매분기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내년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며 “당분간 14나노 기술이 프리미엄 AP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돼 이익 규모도 커질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파운드리 업계 최강자인 대만 TSMC는 10나노대 초반 경쟁에서 완패했다고 자인하고 후속 기술 개발에 착수한 상황이다. 파운드리 사업을 안정화하고 기술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14나노 공정기술의 개발 주역인 우 사장을 복귀시키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우 사장은 미국 AT&T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를 거쳐 2004년부터 삼성전자에 합류한 뒤 시스템 반도체 분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 왔다.

메모리사업부의 실적도 확대될 전망이다. 경쟁사와의 기술력 격차가 더욱 벌어진데다 PC 교체 수요 감소로 군소 업체들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전체 영업이익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 상황에서 그룹 실적을 좌우할 반도체 사업의 활약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스마트폰 사업 실적의 급반등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내년은 반도체 중심으로 경영을 펼칠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실적이 악화한 조직에 대한 인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그룹 전체를 이끌어가야 할 반도체 사업의 진용을 어떻게 구성할지가 더욱 중요하다”며 “인사를 앞두고 이 부회장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