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관용 기자
2014.08.06 06: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서울 강남에 조그마한 사무실을 얻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A 사장은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엔젤투자를 받을 생각이 없느냐는 얘기를 들었다. 시스템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 부족으로 번번히 투자 유치에 실패했던터라 귀가 솔깃했다. 그래서 지인의 소개로 자신을 엔젤투자 컨설턴트라고 한 B씨를 만났다. 그런데 B씨의 투자 제안이 좀 이상했다. 정부에서 주관하는 엔젤투자매칭펀드와 연결시켜 줄테니 투자금의 10%를 ‘노력비’ 명목으로 달라는 것이었다.
서울 가산동에서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는 D 사장도 최근 엔젤투자매칭펀드 관련 이상한 제안을 받았다. 술자리에서 만난 C씨는 자신에게 1억 원을 투자하면 2억 원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벤처기업에 1억 원을 투자하면 정부의 엔젤투자매칭펀드를 통해 1억 원을 더 받아낼 수 있으니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라는 얘기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C씨는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벤처 기업 사장들을 모아 ‘엔젤클럽’을 만들고 이들이 엔젤투자매칭펀드 유치에 성공하면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브로커였다.
‘엔젤투자매칭펀드’ 제도를 악용해 창업초기 벤처기업가를 우롱하는 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엔젤투자매칭펀드는 일정 요건을 갖춘 창업 초기 기업이 엔젤투자를 받을 경우 매칭 방식으로 정부가 투자자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엔젤투자자와 엔젤클럽(10인 이상의 엔젤투자자)이 벤처기업에 투자를 진행한 이후 한국엔젤투자협회에 엔젤투자매칭펀드를 신청하게 되면 심사가 진행된다. 투자대상 기업당 투자한도는 1회 2억 원, 추가투자 1회, 누계 3억 원이다.
접수와 심사는 한국엔젤투자협회가 담당하며 한국벤처투자가 2차 심사와 자금운용 업무를 맡고 있다. 주무부처는 중소기업청이다. 현재까지 조성된 엔젤투자매칭펀드 금액은 1400억 원 규모다.
이 중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브로커들인데, 이들은 엔젤클럽의 리더와 유착해 기술투자를 받은 액수만큼 정부로부터 돈을 받아 수수료를 나눠 갖는다고 한다. 엔젤클럽 리더는 해당 클럽에서 자체적으로 선정되는데, 브로커들은 엔젤클럽 리더와 벤처기업을 연결해 주면서 이득을 취한다.
특히 브로커들은 자신들이 직접 엔젤클럽을 결성하기도 한다.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벤처기업 대표에게 접근해 일정 부분의 금액을 투자하면 정부 돈을 받을 수 있다고 꼬셔 이들을 엔젤클럽으로 둔갑시킨다. 브로커들은 거미줄같은 네트워킹을 통해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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