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th SRE]해운·건설사, 등급 낮아졌지만 시장 우려 '지속'

by함정선 기자
2014.05.13 06:59: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해운와 건설 등 취약업종에 속한 일부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강등됐음에도 불구하고 크레디트 시장의 우려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수조원 규모 자구계획안을 내놓았음에도 시장 참여자들은 여전히 재무위험이 감소하지 않았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데일리가 금융시장 전문가 109명을 대상으로 국내 신용평가사가 부여한 신용등급의 적정성을 묻는 ‘19회 이데일리 신용평가전문가 설문(SRE)’에서 항공과 해상의 운송을 담당하는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 참여자 40명(36.7%)로 부터 현재의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 ‘워스트 레이팅’(worst rating) 1위에 올랐다. 최근 6개월 동안 한진해운은 신용등급이 ‘A-’에서 ‘BBB-’까지 최대 세 단계 하락했고, 대한항공도 ‘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됐음에도 두 기업에 대한 시장의 시각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또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BB+’까지 떨어졌지만 역시 시장의 의구심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 등 현대그룹 3형제는 전체 응답자 중 24.8%(27표)에 해당하는 표를 받아 워스트 레이팅 3위를 기록했다. 현대그룹이 3조원 규모 자구계획안을 내놓은 상황에서 자구계획이 제대로 이행돼야만 시장이 안심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며 건설업계 ‘빅 배스(Big Bath)’의 스타트를 끊은 GS건설도 19.3%의 표로 4위에 랭크됐다. 아직 해외 사업장에서 손실이 마무리되지 않은데다 국내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착공 등에 대한 추가 손실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GS건설 외에도 19회 SRE에서는 건설업체들에 표가 몰려 롯데건설이 20표(18.3%)를 받아 6위에 올랐고, 대림산업과 포스코건설은 나란히 18표(16.5%)를 받았다. 이외에도 두산건설이 16표(14.7%), 한화건설과 SK건설도 14표(12.8%)를 기록했다.

이번 설문에서는 눈에 띄는 것은 신용등급이 ‘A+’에서 ‘AA-’로 상향된 산은캐피탈이 총 32표(29.4%)를 받아 워스트레이팅 2위에 오른 점이다. SRE 자문단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기업의 신용등급이 상향된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SRE 자문위원은 “신용평가사가 산은캐피탈의 등급을 올리면서 시장과 교감이 없었다”며 “왜 신용등급을 올렸는지 이해하는 시장 참여자가 없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