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혼조세..車판매 부진↔버냉키 효과

by이정훈 기자
2014.01.04 06:05:52

다우지수만 소폭상승..S&P지수는 뒷심부족
자동차업종 동반 하락..델타는 6% 가까이 급등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새해 첫 거래일에 큰 폭 하락했던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돌아섰다. 12월 자동차 판매실적이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낙관적인 경제 전망과 지속적인 통화부양기조를 언급한 것이 지수 하락을 막았다.

3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28.64포인트, 0.17% 상승한 1만6469.99로 장을 마감했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61포인트, 0.03% 하락한 1831.37을 기록했고 나스닥지수 역시 전일보다 11.16포인트, 0.27% 낮은 4131.91에 머물렀다.

유로존의 11월 민간대출이 역대 최대폭으로 급감한 반면 영국의 주택경기 관련 주요 지표들은 호조세를 보였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금리가 랠리를 보이고 있는 것이 서로 상충되는 효과를 보였다.

미국에서는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자동차, 크라이슬러 등 소위 ‘빅3’의 판매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미치면서 지난해 12월중 자동차 판매가 둔화세를 보인 것이 부담이었고, 이후 제프리 래커와 찰스 플로서 등 지역 연은 총재들의 매파적인 발언도 지수를 끌어 내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장 막바지 강연에 나선 버냉키 의장이 향후 경제 성장에 대한 낙관론을 제시하면서도 앞으로 상당기간 통화부양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추가 하락을 막아내는데 힘이 됐다.

개별 종목별로는 미국 최대 렌트카 업체인 허츠가 기업 사냥꾼인 칼 아이칸의 매집 대상이 되고 있다는 소식에 장중 2% 이상 급반등하다가 막판 1% 가까이 하락하고 말았다.

또한 지난해 12월 자동차 판매 실적이 예상밖으로 저조한 모습을 보였던 포드자동차와 GM,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크라이슬러그룹 등이 동반 하락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투자의견이 상향 조정된 JP모건체이스는 1% 가까이 상승하며 대형주 강세를 주도했다. 스프린트 역시 전날 투자의견 하향 조정으로 3% 이상 급락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강보합권을 회복했다. 델타 에어도 12월 승객수가 큰 폭으로 늘어난 덕에 6% 가까이 급등했다.

◇ 버냉키 “美성장 낙관..통화부양기조는 지속”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향후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다만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개시에도 불구하고 저금리를 비롯한 통화부양 기조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필라델피아에서 개막한 전미경제학회(AEA) 연차 총회 연설에서 “지난해 12월 테이퍼링 결정은 노동시장 진전을 반영한 것이었다”며 “경기 회복세는 분명 아직까지 완성되지 못했지만 앞으로 다가올 몇 분기 경제 성장에 대해서는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시장이 회복되고 주택시장이 호조를 보이는 한편 재정정책에서의 제약이 완화되는 가운데 연준의 통화부양 기조도 지속되면서 앞으로 경제 성장세가 더 확대될 수 있다”고도 기대했다.

이에 따라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언급한대로 연준은 저금리 기조를 분명히 갖고 있으며 테이퍼링 결정도 통화부양 기조가 약화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선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또한 역리포(reverse repo)와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한 금리(IOER) 등을 활용함으로써 그동안 (양적완화를 통해) 매입한 자산을 매각하지 않으면서 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 복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달말 임기를 마치는 버냉키 의장은 아울러 지난 8년간 연준 의장으로서 채택했던 부양조치들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강하게 옹호했다. 그는 “제로(0) 수준까지 인하한 기준금리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 도입, 비전통적인 자산매입 프로그램 등이 없었다면 경제가 아주 부진하거나 아예 침체기로 빠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실제 대부분 경제 연구들을 보면 연준의 대규모 자산 매입과 포워드 가이던스가 결합됨으로써 경기 회복을 가속화하는데 도움을 줬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래커 “테이퍼링 지속검토”..플로서 “빠른 금리인상할수도”

그동안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조치에 지속적으로 반대해온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 노동시장이 회복되는 상황인 만큼 지난해 12월의 테이퍼링 결정은 적절한 것이었다”고 평가한 뒤 “나 역시 테이퍼링 결정을 지지했으며 이는 자산매입 프로그램과 노동시장 전망을 연계했던 FOMC의 약속에 부합하는 조치였다”고 밝혔다.

오는 2015년에 의결권을 가진 보팅멤버로 FOMC에 참가하게 되는 래커 총재는 “지난 2012년말에 시작된 3차 양적완화 조치 이후 실업률이 하락하고 취업자가 늘어나는 등 노동시장의 여러 지표들이 본질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추가로 자산매입 규모를 줄여 나가야할 것”이라며 “연준은 향후 있을 회의에서도 추가로 자산매입 규모를 줄여나가는 것에 대해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자산매입 축소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연준내 대표적인 대표로 꼽히는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은행들이 2조4000억달러 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초과 지급준비금을 빠르게 방출한다면 연준은 적극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인플레이션이 추가로 하락하는데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며 “오히려 은행들이 준비금을 푸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과도하게 상승할 수 있고 시장금리가 크게 상승할 경우 연준은 인플레이션 상승을 막고 시장금리를 좇아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려야할 수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 아이칸, ‘1위 렌트카’ 허츠 지분매집..헤지펀드들 공조

월가의 대표적인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이 동료 헤지펀드들과 손잡고 미국 최대 렌트카 업체인 허츠 글로벌홀딩스 지분을 대거 매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CNBC는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 아이칸이 최근 허츠 지분을 3000만~4000만주 매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량 보통주로, 아이칸은 단숨에 허츠의 주요 주주 가운데 한 곳으로 올라섰다.

더욱 눈에 띄는 대목은, 아이칸과 평소 친분이 있던 다른 헤지펀드들도 허츠 지분을 동시에 사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칸의 절친한 동료인 행동주의 투자자인 랜 로브가 허츠 지분을 사들이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칸의 후배 투자자로 알려진 케이스 마이스터가 이끌고 있는 커벡스캐피탈 역시 허츠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같은 아이칸의 지분 매집이 허츠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노린 것이라는 관측은 허츠가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31일에 적대적 M&A 방어수단 중 하나인 포이즌 필(Poison Pill)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M&A 위기에 처한 기업이 대규모 유상증자나 임금 인상, 제품 손해배상 확대, 기존 경영진 신분보장 등으로 지출을 늘려 공격세력의 인수를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말한다.

◇ 미국 12월 車판매, 기상악화에 주춤..‘빅3’ 부진

지난해 12월 미국 자동차 판매 성장세가 다소 주춤거렸다. 추운 날씨와 폭설 등으로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를 늦춘 탓으로, 미국 자동차 ‘빅3(Big3)’가 모두 시장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날 미국 1위 자동차 판매업체인 제너럴 모터스(GM)는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총 23만157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동월대비 6% 감소한 것으로, 1.5% 증가했을 것이라던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2위 업체인 포드자동차도 지난 12월에 21만8058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지난 2006년 이후 7년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전년동월대비 성장률은 2%에 그쳐 4.3% 증가할 것이라던 시장 전망치에 못미쳤다. 크라이슬러 역시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총 16만1007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전년동기대비 5.7% 판매 성장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12월 판매량으로는 6년만에 최고 였지만, 이는 8.4% 증가할 것이라던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돈 것이다.

아울러 일본차 브랜드인 도요타와 혼다는 12월중 각각 3.1%, 4.1% 판매가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닛산은 13% 증가하고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는 전체적으로 7.2%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폭스바겐은 13% 줄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들은 12월에 연율 환산으로 1580만대가 판매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년동월의 1520만대보다 증가한 것이지만, 앞선 11월의 1640만대보다는 줄어든 것이다. 이날 GM도 12월중 연율 환산으로 총 1560만대의 자동차가 판매됐다고 추정했다. 또 2013년 연간으로도 자동차 판매량이 1560만대를 기록했다고 추정했다. 이는 지난 2007년 이후 최대 판매량이다.

◇ 유로존 민간대출, 역대 최대급감..ECB 추가부양 기대

지난해 11월 유로존 은행들의 민간부문 대출이 통계 작성 이후 20여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경기 회복세가 예상에 못미친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지난 11월중 유로존 민간 대출이 전년동기대비 2.3% 줄었다고 밝혔다. 앞선 10월에 2.2% 감소한 이후 두 달 연속으로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특히 11월 감소율은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폭이었다. 가계부문에 대한 대출은 30억유로(41억달러) 감소해 앞선 10월의 30억유로 증가에서 감소로 돌아섰고, 기업부문 대출은 10월의 150억유로에 이어 11월에도 130억유로 줄었다. 기업 대출은 전년동월대비로도 3.9%나 감소했다.

이같은 민간 대출 부진은 가계와 기업이 적극적인 소비와 설비투자에 나설 의지가 약화됐다는 것은 물론이고 은행들이 대출자금 회수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울러 광의의 통화량 기준이 되는 총통화(M3)는 전월대비 1.5%(연율 환산) 증가했다. 이는 10월의 1.4%보다 늘어난 것이지만, 최근 3개월간 평균 증가율은 1.7%에 그쳐 앞선 8월의 1.9% 증가보다 둔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이는 ECB의 물가 안정목표치인 2%에 부합하는 총통화 증가의 적정속도인 4.5%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