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동욱 기자
2013.12.24 07:02:00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후분양제는 말 그대로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은 뒤 입주자를 모집하는 방식을 말한다. 입주자가 실제 지어진 아파트(상품)를 보고 청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후분양 방식을 도입한 것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이 처음이다. 당시 정부는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폭등하는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5월 23일 발표한 부동산대책을 통해 재건축아파트에 우선 후분양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공사가 80% 이상 진행됐을 때만 분양을 허용한 것이다. 정부는 이듬해인 2월 3일 ‘후분양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후반양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해 2012년까지 후분양제를 정착시키겠다는 게 골자였다. 건설사들의 후분양을 유도하기 위해 선분양을 하는 경우 분양가를 규제하고, 후분양을 하면 분양가를 건설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방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08년 9월 재건축 후분양제를 공식 폐기했다. 정책 도입 당시 내세웠던 취지와 달리 효과가 거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입 당시만 해도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부실 시공·입주 지연 등의 문제가 해소되고 모델하우스 설치비 절감 등으로 분양가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분양가는 오히려 급등했다. 후분양 아파트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하게 책정되다 보니 공사 기간 주변 집값이 뛰면 오히려 분양가가 더 비싸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건설사 역시 각종 금융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한 탓에 고분양가 문제 해결은 더 멀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입주자들도 선분양제를 선호했다. 선분양 아파트는 입주 전까지 분양권 가격이 오르면 전매를 통해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후분양제 아파트는 이런 기회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건설사도 후분양 방식으로 아파트 건설사업을 할 경우 자금조달이 쉽지 않아 꺼리기는 마찬가지다. 선분양을 하면 계약금·중도금으로 공사 비용을 조달할 수 있지만 후분양을 시행하면 준공 전까지 모든 비용을 건설사가 대야 한다. 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중견건설사들은 주택 사업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의 반발도 상당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 취지는 좋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건설 금융이 발달하지 않아 후분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