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2단계 이전]②"虛虛벌판 여전한데..불편만 2배로"

by문영재 기자
2013.11.06 06:11:00

예산 낭비·행정비효율 심각

[세종=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세종청사가 명실공히 행정도시로 자리매김하려면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할 것 같습니다.”

세종청사에 입주한 경제부처 한 공무원의 푸념 섞인 말이다. 정치논리에 따라 도시가 만들어진 이른바 ‘태생적 한계’를 떠안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 인프라가 전혀 없는 허허벌판에 선형구조로 지어진 세종청사는 여전히 골칫거리다.

세종청사 중앙행정기관 배치계획(행복청 제공)
◇ ‘태생적 한계’ 세종청사..예산 낭비·행정 비효율 심화

세종시는 과거 정부의 정치적 산물이다. 국가균형발전이란 명분을 내세워 노무현 정부는 ‘행정수도’ 카드를 꺼냈고 당시 야당의 반발 속에 결국 ‘행정도시’로 탈바꿈한다.

충분한 논의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세종시 건설은 이미 행정력·예산 낭비의 전형으로 꼽힌다. 곳곳에선 지금도 도로가 파헤쳐지고 있으며 건물 내부의 인테리어 공사와 화장실 공사가 한창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차(車) 없는 도시 건설‘ 계획은 이미 폐기 처분됐고, 차량증가에 따른 주차장 확대 등 민원 요구만 빗발치고 있다.

김정민 세종시지원단장은 “당초 청사 설계내용과 실생활에서 겪는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낭비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다만, 1단계 이전 경험이 있기 때문에 2단계 이후부터는 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정부기능은 세종청사로 옮겨졌지만, 이전 부처 공무원들이 국회와 청와대 등 업무보고를 위해 수시로 서울·수도권과 세종시를 오가면서 행정비효율은 더 심화했다는 평가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식일정 중 80% 이상이 서울에서 이뤄진다. 이달 중에도 예결위와 대정부질문 등 대부분의 일정을 국회에서 보내며 2주 이상 세종시를 비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무조정실은 올해 2단계 이전이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국무회의, 국가정책조정회의 등 공식회의의 세종청사 개최가 많아질 것으로 내심 기대하지만,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 “행정비효율 막기 위해선 국회·안행부 내려와야”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행정비효율의 주범으로 국회를 꼽는다. 서울 출장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국회 업무이기 때문이다.

기재부의 한 공무원은 “화상회의 등 서울과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회업무 시스템이 바뀌지 않고서는 행정비효율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전 부처 공무원들은 안전행정부의 세종청사 이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안행부는 정부 조직과 공무원 인사를 관장하고 있는 부처다.

특히 지방자치 분야를 맡고 있어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국토의 중심인 세종시로 내려와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달 14일 안행부 국정감사에서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행정부처 관리주체인 안행부가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정부세종청사 2단계 건설현장 전경(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 출퇴근·식사 전쟁 2라운드..“2단계 이전하면 불편 2배”

고영선 국무 2차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2단계 세종청사 이전 대비 관계부처 합동점검회의에서 “소관부처와 이전기관은 일정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러나 2단계 이전기관을 차질없이 맞을지는 미지수다. 이전 공무원들은 출퇴근 전쟁에 이어 식사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

1단계 이전 공무원 5400명에 2단계 인원 4800명이 더해지면 1만 명이 훌쩍 넘는다. 1단계 세종청사 구내식당의 수용 인원은 1681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2단계 이전에 대비, 구내식당을 추가 신설하고 이탈리아 식당과 패스트푸드점, 분식점, 푸드코드 입점 등 다양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주변 상가 내 음식점도 속속 개점하면서 식사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청사 주변에 식당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오전 11시30분에 차를 타고 20~30분을 달려 인근 대전ㆍ공주·오송 등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원정 점심행렬’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단계 이전 공무원들은 사무실에서 ‘새집증후군’으로 고통받기도 했다. 완공된 지 불과 한 달밖에 안 된 건물에 입주했기 때문이다. 경제부처의 한 공무원은 “이전 초기 어지럼증과 구토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1단계 이전과는 달리 2단계 이전 땐 건물 외벽공사를 통해 부서별 칸막이와 인테리어공사를 동시에 진행하도록 조치했다. 유해물질 배출기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주거와 교육·문화·생활편의 시설의 부족 등은 가족을 동반한 공무원들의 또 다른 골칫거리다.

오는 2015년까지 세종청사 주변에 3만1000여 가구가 추가입주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에는 집이 없어 대전이나 오송·조치원에 거처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 과밀학급 편성으로 논란을 빚은 첫 마을 내 초·중학교는 11개교가 추가 신설되는 내년 3월 이후에나 숨통이 겨우 트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