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끌이 '조선·해운', 해빙기 왔나

by정태선 기자
2013.09.13 06:00:00

벌크선 운임지수 1500선 돌파, 1년9개월만에 최고
조선 빅3, 연간 수주목표 70%이상 달성..해업, 운임 인상
"신흥국 금융 불안...선박 공급과잉 등 눈여겨 봐야"

한진해운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조선과 해운 경기 ‘바닥론’이 힘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는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연간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해운업계의 운임 인상도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물동량을 좌우하는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국 경기 회복세가 각종 지표로 확인되면서 불황탈출의 기대감이 서서히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12일 업계 따르면 화물운송료와 직결되는 벌크선 운임 지수(BDI)가 최근 급상승하면서 선가 인상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벌크선운임지수(BDI)는 한달 새 20% 넘게 올라 2012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11일 BDI는 전날보다 63포인트(4.3%) 오른 1541포인트를 기록했다. 작년 1월 1624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20개월 만에 1500선을 넘어선 것이다. 세계 주요국의 각종 지표들이 우호적이다.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지난 2월 94.6(2004년 100)에서 7월에 96으로 2008년 5월(96.3)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고, 유럽이나 중국, 일본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지난 8월 일제히 개선됐다. 이를 근거로 제조업의 부활과 함께 경기가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해운경기도 반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한 1만31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모습. 지난 5월 세계 최대 규모인 1만8400TEU급 컨테이너선 5척(7억 달러)를 중국에서 수주했다.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는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를 앞세워 올해 수주목표를 70% 이상 달성했다. 현대중공업은 중동선사로부터 8월말 14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컨테이너선을 수주하는 등 상선분야의 호조로 수주목표(238억 달러)의 82%인 196억 달러를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달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을 4억3000만 달러에 수주하면서 올 수주목표액(130억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지금까지 수주액은 91억달러로 목표대비 70%를 넘었다. 삼성중공업도 8월 한 달간 6억 달러 규모의 컨테이너선(9300TEU급) 7척을 수주했고, 28억 달러 규모의 LNG선 수주계약까지 성사시켜 연간 수주목표인 130억 달러 대비 95% 근접한 124억 달러의 실적을 냈다.



하반기 수주전도 청신호다.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과 엔저 효과에 기댄 일본을 따돌렸다. 앞서 국내조선사는 지난 5월까지 80만CGT(환산 톤 수, 선박 무게에 부가가치를 고려해 산출한 무게 단위)를 수주하면서 중국(185만CGT)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로 선두자리를 내줬다. 7월까지 밀리다가 지난달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이어지면 시장 점유률 49%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최근 몇 년간 신규 선박 발주가 뜸해지면서 선박 건조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져 바닥을 찍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면서 “2~3년 뒤 경기 회복을 기대한 발주가 최근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해운업체들도 운임을 인상하고 있다.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 세계 2위인 스위스 MSC는 업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컨테이너 운임을 올렸다. 국내 해운업계도 전통적 성수기인 3~4분기를 맞아 운임을 인상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작년까지 성수기 효과가 무색했지만 올 들어 7~8월에 운임 인상이 이뤄졌고 9월 인상도 추진 중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시즌 등 선물 시즌에 대규모 쇼핑이 이뤄지는데 보통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7~9월에 물품을 발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강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상 운임 상승은 해운사의 이익을 늘리고 조선사의 선박 발주 증가와 선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며 “벌크선 운임 상승은 조선업체가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가능케 해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원자재 수요 증가→해운업황 개선→선박 발주 확대로 이어지는 ‘해운·조선·철강 산업 트라이앵글’이 선순환구조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센터장은 “선진국의 경기회복과는 반대로 신흥국의 금융위기 우려가 잔존하고 있고, 리쇼어링(reshoring:생산 시설을 본국으로 되돌리는 현상)으로 인한 컨테이너 해상물동량의 감축도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선박량의 만성적 공급과잉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와 선원 부족, 높은 유가는 여전히 조선 해운업계의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