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눈]대순환에서 찾는 투자 기회
by김대웅 기자
2013.03.05 07:33:00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해외주식형펀드에서의 자금 유출은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꾸준한 환매로 2007년 62조원을 기록했던 해외주식형펀드의 규모는 2013년 21조원으로 줄어들었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해외 증시의 부진, 해외주식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 등으로 우리나라 투자자들에게 해외주식형펀드 투자는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그동안 우리나라 투자자들에게 그동안 외면당해 왔던 일본주식형펀드와 미국주식형펀드에서 투자의 반전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연초부터 국내 주식시장은 일본의 엔저로 인해 부진을 겪었다. 엔화가치 하락은 수년간 되풀이됐던 일본의 부양정책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연금 생활자가 많은 일본의 유권자들은 지난 20년간 디플레 경제 패러다임에 적응해서 생활해왔지만, 일본대지진과 중국의 위협 속에서 경제 저성장 국면으로 인한 국력 쇠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디플레 탈출을 내세우는 아베 정권을 지지하였고, 일본은행(BOJ)과 일본정부는 정책협조를 통해 20년이 넘게 지속된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미국정부도 아베 정부의 ‘엔저 정책’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아시아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미국정부가 일본의 경제 부활에 힘을 더해주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의 협조가 더해진다면, 일본경제의 디플레 탈출은 좀 더 용이해질 것이다. 엔화 약세로 디플레 기대가 약화되면 부동산과 주식 가격의 정상화가 이루어지면서 일본 경제는 선순환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본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년간 부진했던 일본주식형펀드는 연초 이후 9.5%의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일본 주식형펀드 중에서는 환위험을 제거한 환헤지형펀드의 성과가 훨씬 우수하며, 향후 전망도 밝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은 셰일가스와 셰일오일로 에너지 비용이 낮아지면서 제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주택투자 회복, 그리고 셰일가스에 의한 에너지 투자 회복에 더해, 기업들이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설비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경제의 회복은 좀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제 회복 기대감으로 미국의 주가는 이미 5년 4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상태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자금은 일본과 미국의 회복을 예상하면서 채권에서 주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 위기로 인한 트라우마가 사라지는 데는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위기 이후 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대순환(Great Rotation)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자산관리 차원에서 해외주식형펀드를 제외하는 것은 좋은 투자기회에 눈을 감고 있는 것과 같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조금씩 투자 노하우를 키워가야만 성공한 투자자의 길로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