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車업계 내년 `어렵다 어려워`..신흥국 공급과잉 우려

by원정희 기자
2011.11.20 09:00:00

미국·日업체 반격, 폭스바겐 1위 향한 대공세
경쟁격화·공급과잉에 가격경쟁 불가피

[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내년도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자동차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업체, 미국업체, 그리고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폭스바겐 등의 대공세로 녹록치 않은 상황을 맞을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기아차는 가뜩이나 내수시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이들 글로벌업체들의 강한 도전까지 받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선 잇따른 공장 완공으로 인한 생산 과잉, 선진시장의 경쟁 격화 등으로 가격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차(005380) 산하 자동차산업연구소 박홍재 소장(전무)은 지난 17일 `2012년 경영환경전망`을 주제로 한 자동차기자협회 세미나에서 "시장상황은 안 좋은데 공급 측면에선 굉장히 강한 경쟁이 예상돼 가격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는 자동차업체들의 수익성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박 소장은 "수요 측면에서도 선진국 시장은 경제 회복에 대한 조짐을 보이지 않고 신흥국의 성장률은 둔화돼 수요가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공급측면의 경쟁요인 중 하나로 미국 빅3 업체들의 소형차 시장 공략 강화를 꼽았다.

그동안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업체들은 소형차를 만들지 못했지만 이젠 소형 신차를 잇따라 출시해 소형차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박 소장은 이를 미국 자동차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로 해석했다.

그는 "지난 90년대 초반 폭스바겐의 경영위기때 노조가 `고용안정=경쟁력 강화`라는 인식 대전환를 이뤘듯 전미자동차노조(UAW)도 고용·임금 유연성 제고를 통해 미국내 소형차 생산 경쟁력 확보에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UAW는 빅3의 해고관련 비용부담을 높여 해외진출을 못하도록 한 `잡 뱅크제`를 완전 폐지키로 했고, 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에도 합의했다.



연구소는 폭스바겐이 세계1위 업체로 올라서기 위해 판매 드라이브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주목했다.

다른 유럽업체들이 시장 부진으로 고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폭스바겐은 소형차 `업`을 중심으로 공세를 강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업`은 기존 소형차 경쟁모델보다 낮은 1만 유로 이하의 가격으로 출시돼 푸조, 피아트 등의 충격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일본업체들의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한 공세도 경쟁요인으로 지목됐다.

박 소장은 "일본업체들 리콜사태와 일본 대지진 등으로 점유율이 줄고 있어 어떡하든 점유율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신차 가격 인하, 인센티브 확대, 리스기간 연장 등 가격경쟁력 중심의 판매 정책을 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최근 출시된 도요타의 캠리는 현대차(005380)의 쏘나타를 겨냥한 마케팅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아 현대차로서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게다가 브릭스국가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에선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장 건설이 급증해 내년 본격적으로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신흥시장 내 생산과잉도 우려되고 있다.

박 소장은 "글로벌업체들의 신규공장 완공으로 중국의 경우 대략 400만대 이상, 인도 100만대 등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생산과잉으로 인한 가격경쟁이 격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지난 10월 내년 자동차시장 글로벌 판매 전망을 전년보다 4.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동유럽 시장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다시 수정해야 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국내시장 역시 1.1% 감소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최근 신차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11월에도 자동차 판매 상황이 좋지 않아 내수 역시 당초 예상치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