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주용 기자
2011.09.17 06:23:42
유럽경제 부양책, 위기해소책 도출 못해
가이트너 투입도 별무 소득…공조 발휘 실패
EFSF관련 합의만 윤곽...그리스 디폴트 우려 `여전`
[뉴욕= 이데일리 문주용 특파원] 미국까지 나서서 유럽 위기 해법 도출 마련에 나섰지만, 유럽 지도자들은 확실한 대책을 내놓는데 또다시 주저했다.
구체적인 타개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과감한 행동을 촉구한 미국에 대해서는 `미국 재정문제나 잘 대처하라`라는 반응도 나오는 등 글로벌 공조는 삐걱거리기만 했다.
16일(현지시각) 폴란드 브로크로프에서 열린 유럽재무장관회의에서 유럽 재무장관들은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 경제회복을 지지할 조치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와 함께 전날 유럽중앙은행(ECB)가 전날 미 연준과 공조, 유럽은행에 달러공급을 지원키로 한데 이은 후속 지원조치에 대해서도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았다.
특히 `분명한 행동`으로 위기 타개를 촉구한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에 맞서 유럽재무장관들은 세금감면, 추가 지출등을 할 여력이 없다고 반발했다.
유럽재무장관회의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재정 부양 정책을 언제할지를 놓고 미국 재무장관과 다소 상이한 시각을 보였다"면서 "유로 지역내에 새로운 재정부양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력이 없으며,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경제는 올 하반기에 거의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지원을 위해 2560억유로를 투입했으나 위기 진화에 실패하고, 유럽경제 회복세마저 잃고 있는 상태다.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의 충고에 대해 유럽 재무장관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유럽 위기후 처음 회의에 참석한 가이트너 장관은 "유럽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유럽경제의 건전한 기초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이 맞서고 있는 도전은 명백히 금융적인 운용 능력에 대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선택해야 한다"면서 과감한 행동을 촉구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회의 참석에 앞서, 유럽안정기금(EFSF) 확대와 함께 2008년 미국 금융위기 ABS(자산담보부증권) 시장의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도입했던 기간자산담보대출(TALF)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촉구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이에 화답하듯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ECB의 계속된 메시지는 고비를 앞에 두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모든 사람들이 이 방향으로 가고 있으나, 문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서 유럽 재무장관들은 다만, 재정 불량국가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을 강화하기로 한 지난 7월21일 정상회의 결정을 재확인했다.
특히 10월중순까지 4400억 유로로 EFSF 재원을 확대하기로 한 목표를 달성키로 했다.
하지만 이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가이트너 장관의 충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융커 재무장관은 "적어도 가이트너 장관이 있는 자리에서는 이 기금 증액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며 "우리는 비 유럽 회원국과 EFSF의 확대나 증액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 장관들은 EFSF 운용과 관련해 발행시장 국채 매입, 유통시장에서 국채 매입, 사전 예방적인 신용라인 개설, 은행 자본 재확충 등으로 활용한다는데 대체적인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을 지원받기 위해 핀란드에 제공한 담보문제와 관련한 논의도 있었으나 원칙적 합의에 머물렀다.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펙터 재무장관은 "참석한 장관들은 무엇보다 담보물이 모든 국가에 열려있어야 하며, 또 비용을 수반한다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명한 해법은 도출되지 못했다.
이밖에 사임의사를 밝힌 위르겐 스타크 ECB집행이사 후임을 오는 27일까지 끝내기로 했다. 현재까지 유일한 후보는 독일의 위르그 아스무센 재무차관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유럽 재무장관들이 재정위기 해소를 위한 타개책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에 따라 유로화가 달러화에 약세를 보이는 등 시장이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 디폴트에 직면한 그리스는 1차구제금융 6회차분 80억 유로 지급 약속을 얻어내지 못한 만큼, 10월3일 다음 회의까지 하루하루 긴장감속에 버텨야 할 처지에 몰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일부 장관들이 그리스에 대한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확정때까지 시장의 우려는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