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창업 하지 마라”

by이승현 기자
2010.11.01 08:15:46

`더후라이팬` 이정규 H&P System 대표
차별화된 아이템, 사람 중심경영으로 성공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새로울 것이 없는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브랜드가 있으니 여자를 위한 치킨 `더후라이팬`이다.

더후라이팬은 여러모로 기존 치킨점과 차별화된다. 우선 치킨 메뉴가 안심후라이드, 다리살후라이드로 단 두가지 밖에 없고, 옆으로 넓은 접시에 감자튀김을 깔고 그 위에 치킨을 얹어 나온다. 인테리어도 여성 취향에 맞게 아기자기한 소품이 즐비하고 벽면에는 귀여운 멘트가 적혀 있는 칠판이 달려 있다.

2008년에 가맹사업을 시작해 벌써 130개가 넘는 매장을 열었다. 지금도 창업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런 브랜드는 어떤 사람이 운영할까 궁금해 만난 이정규 H&P System 대표는 33살로 비교적 젊은 나이지만 외식 프랜차이즈에 대한 전문성과 사람에 대한 사랑, 확고한 경영철학을 갖춘 경영자였다.



- 어려서부터 꿈이 외식업을 하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에는 요리를 배웠고 대학 때부터 장사를 했다. 그러다 관심을 가진 것이 프랜차이즈였다. 프랜차이즈에 대해 알기 위해서 프랜차이즈 기업에 취직을 하려고 했지만 경력도 없고 대학도 졸업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기회가 잡히질 않았다. 그 와중에 2004년 놀부 외식경영논문 공모전 6회 대회에 출품을 해 대상을 받았고 그 후에 돈데이에 입사해 1년 정도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배웠다. 

이렇게 밑바탕을 다진 후 2006년부터 시작한 것이 치킨 맥주집이었다. 원래 2002년부터 홍대에 `Beer Cube`란 브랜드로 치킨 맥주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를 지금의 `the Frypan`이란 브랜드로 리뉴얼하면서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기 시작했다.

또 대학에서 창업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을 했는데 이 때 동아리 회원이었던 4명이 처음 회사를 만들 때부터 함께 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


-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면서 치킨만큼 보편적으로 인기를 끄는 아이템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치킨을 파는 곳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치킨을 다르게 만들 수 있을 지를 고민했다. 집에다 튀김기를 갖다 놓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다.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제공방식을 달리하는 것이었다. 치킨하고 잘 어울리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서 생각해 낸 것이 감자튀김이었고, 이왕이면 직접 매장에서 감자를 튀겨 신선하면서도 바삭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고 더후라이팬을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다.

더후라이팬 1호 매장을 홍대 후문에서 시작했는데 주택가 상권으로 자리가 워낙 안 좋았다. 돈이 없던 것도 있었지만 최악의 상권에서도 통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 자리를 고른 것이었다. 매장에 손님이 차는데 딱 11개월 걸렸다. 2호점 역시 객단가가 싼 고기집이 많기로 유명한 건대 상권에 2층 매장을 잡았다. 다들 말렸지만 이런 자리에서도 장사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렇게 경쟁력을 쌓은 것이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브랜드 콘셉트를 기존 치킨과 완전히 차별화 시킨 것이 주효했다. 보통 치킨은 남자를 위한 메뉴라는 인식이 있는데 더후라이팬은 여자들을 위한 치킨을 표방하면서 메뉴 구성과 매장 인테리어 등을 모두 여성에 맞췄다.




- H&P는 Happiness & People의 약자다. 회사를 만들면서 행복한 사람들을 위한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사명을 졌다. 우리 회사가 하는 사업을 통해 직원들과 가맹점주, 매장을 찾는 고객들 모두가 행복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나만의 생각이 아니고 전 직원이 모여 함께 만들 이름이다.


- 우리 회사는 경력직원을 뽑지 않는다. 신입직원을 뽑아 우리의 마인드를 심어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처음부터 사업을 함께 한 3명을 비롯해 모든 직원들이 공통의 가치와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한다. 당연히 관계가 깊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것을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온다.

건대점을 열었을 때 일이다. 장사가 너무 안 됐는데 한 직원이 매장 홍보를 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치킨을 바구니에 담아 거리로 나갔는데 한번은 건대점에 갔다가 그 직원하고 같이 거리의 사람들에게 치킨 시식을 하고 있는데 비가 왔다. 치킨이 비에 젖으면 먹을 수가 없으니까 그만하고 들어가자고 했더니 계속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라. 그러면서 사람들이 치킨이 비에 젖어서 못 먹겠다고 하자 그럼 매장에 가서 맛을 보라고 홍보를 했다. 결국 이 직원이 건대 매장을 살렸다.

회사 모든 직원들이 다 이렇게 일을 한다. 직원들을 보면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다. 또 지금까지 입사해서 이직을 한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도 참 고마운 일이다.

-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고 계신데, 어려서부터 경영에 대한 자신을 생각을 들려 주셨는데 “사장은 버스에 사람을 태우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보통 사장은 운전을 하거나 방향을 알려주거나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일은 사장의 몫이 아니라는 것이 아버지의 말씀이었다. 단지 가다가 버스에 태울만한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타게 하고 내리려는 사람이 있으면 내리지 않게 하는 일만 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러면 버스를 탄 사람들이 알아서 운전을 하고 방향을 잡아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불어 버스는 점점 커진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 경험을 해보니 정말 이 말이 옳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 우리 회사는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장 보다는 직원들의 역할이 훨씬 더 크고 많다.


-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참 많다. 더후라이팬만 해도 매월 100명이 넘는 예비창업자들이 설명회를 들으려고 온다. 이런 분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는데 창업은 마지막 선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을 하지 말란 것이 아니고 그만큼 신중하게 선택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이 하려는 사업에 대한 기초 공부를 반드시 해야 한다. 돈만 투자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큰 오산이다. 그리고 같은 업종에서 일을 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은 창업은 실패하면 다시 재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취지에서 더후라이팬은 진짜 준비된 예비창업자들을 선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업설명회를 1시간15분정도 진행하는데 이중 15분만 회사 소개를 하고 1시간 동안 창업에 대한 유의점을 설명한다.

- H&P 시스템을 `제대로 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전문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