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가전·휴대폰 선전, 또 하나의 이유

by조태현 기자
2009.05.24 11:00:30

공급망 관리시스템 개혁
수요예측 정확도↑·재고일수
쉐네브 부사장 "HP 넘어서 세계 최고 되고 싶다"

[이데일리 조태현기자] LG전자의 TV 사업 매출은 지난 1분기에 전분기 대비 2.5% 성장했다. 언뜻 보면 자랑할만한 수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쟁사들과의 매출을 비교해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대부분 경쟁사의 1분기 TV 매출은 전분기 대비 역신장했다. 
 
글로벌 주요 TV 업체 가운데 매출액이 증가한 것은 LG전자(066570) 뿐이다.
 
가장 큰 원인은 당연히 제품의 경쟁력 그 자체다. 하지만 공급망 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 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디디에 쉐네브 LG전자 CSCO(Chief Supply Chain Officer) 부사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에 비해 선진화 된 재고시스템으로 필요한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이 매출증대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LG전자 목표는 세계 10위 수준의 공급망 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 시스템을 보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07년 조사결과 세계 기업 중 64위였지만 지난해 31위로 크게 발전했다. 


 
쉐네브 부사장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SCM을 통해 지난 1분기 900억원 비용을 절감했다. 올해 연간으로 4000억원 을 절감하는 것이 목표다. 
 
이같은 프로젝트을 지휘하는 쉐네브 부사장은 지난 2008년 3월 LG전자가 HP에서 영입한 인물로,  세계 최고의 SCM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HP에서 20년간 근무했다. 
 
그는 SCM에 대해 `올바른 제품을, 올바른 수량만큼, 올바른 위치에, 올바른 시점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뜻 보면 단순해보이는 작업이지만 전세계를 상대로 다양한 제품군을 판매하는 LG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관리해야 하는 제품이 많다. 어떤 국가 매장에 LG전자의 제품을 제외한 경쟁사의 제품만이 진열돼있다면 LG전자는 기회 자체를 놓치는 것이다.



쉐네브 부사장은 LG전자 입사 이후 SCM 조직을 정립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이를 위해 수요예측, 재고일수 감소, 물류비 절감, IT로드맵 등의 프로그램을 구축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쉐네브 부사장은 먼저 수요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현재 8~10주의 수요를 예측하고 공장과 의사소통하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표준 프로세스를 메뉴얼로 만들어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쉐네브 부사장은 "향후 메뉴얼 없어도 수요예측을 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물류비 감소를 위한 활동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창고를 직접 관리하지 않고 아웃소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창고관리가 필요조건이 아닌 만큼 직접 관리해서 무의미한 비용을 발생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물류허브의 일원화도 진행중이다. 예를 들어 현재 LG전자의 미국 휴대전화 공급 허브는 시카고 한 곳이다. 예전에는 5개 허브로 운영해왔다. 이를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운송사와의 계약 등 관리비 절감을 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쉐네브 부사장은 "LG전자의 제품들이 최근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일차적 이유는 제품이 좋은 것이지만 SCM 시스템의 개선이 뒤를 받치고 있다는 점도 잊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아직 배고프다"며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고객의 기대 수준이 높아가는 만큼 SCM 시스템의 공급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현재 친환경 공급망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쉐네브 부사장은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그린 서플라이체인`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진행 중"이라며 "2011년에는 LG전자의 SCM이 글로벌 최고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