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 때문에..` 무너진 佛 금융가 자존심

by전설리 기자
2008.01.29 01:49:32

파생상품 선도은행 SG 추락..경쟁력 `흠집`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큰 재물 뒤에는 범죄가 있게 마련이다(Behind every great fortune there is a crime)"

프랑스 금융업계는 당분간 프랑스 문학가 오노레 발자크가 한 이 말을 되새기며 지내야 할 듯 싶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 2위 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SG)의 사상 최대 금융사고에 따라 `파생상품업계의 개척자`로 자처해왔던 프랑스 금융업계가 신뢰와 명성을 모두 잃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거대한 충격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보다 더한 악몽은 있을 수 없다"

SG의 파생상품 사업부에서 시작해 현재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장 피에르 뮈스티에는 이번 금융사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과 영국 등 앵글로 색슨계가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업계에서 프랑스는 `파생상품업계의 개척자`를 자처하며 자존심을 세워왔다.
 
프랑스의 중앙은행인 뱅크오브프랑스(BOF)의 크리스티앙 누아예 총재는 지난해 5월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이(지수 파생상품) 분야에 있어 프랑스의 전문적 역량은 탄탄한 수학과 재무 교육, 젊은 인재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자랑했었다.

그런 프랑스에 있어 이번 금융사고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누아예 총재는 사고 경위를 즉각 보고하지 않은데 대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으로부터 큰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당황스러운 점은 이번 금융사고의 주인공인 SG의 제롬 케르비엘(32)이 교묘한 거래수법을 이용해 업계 최고를 자처해온 리스크 통제 시스템의 감시를 그토록 오랫동안 피해왔다는 점이다.

SG 대변인은 은행이 위험 거래 사실을 인지하고 리스크 통제 시스템을 이용해 사흘만에 상황을 수습했다고 밝혔지만 이미 49억유로(72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한 뒤였다.





SG는 프랑스 금융가에서도 파생상품업계 선도 은행이었다.

1987년 7월 민영화된 SG는 불과 2개월만에 혁신적인 파생상품 거래를 선보였다. 1990년 25명이었던 주식 파생상품 부문 직원수는 이후 급격하게 증가, 현재는 무려 3500명으로 늘었다. 이 분야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전체 수익의 20%에 이른다.

덕분에 SG의 주가 상승률은 최근 8년중 6년간 경쟁사인 BNP파리바와 도이치뱅크를 앞질렀다. 

메릴린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SG의 주식 파생상품 사업부문 성장률은 1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인력보다는 우수한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시스템 통제에 의존한 덕택이다.
 
그러나 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파생상품업계의 글로벌 선도 은행으로 부러움을 사왔던 SG 경영진이 이제 자신감을 잃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금융사고와 더불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발생한 손실로 SG는 프랑스 1위 은행인 BNP 파리바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NYT는 이번 금융사고의 경위에 대한 논란 속에 프랑스 금융업계가 지난 20년간 쌓아온 파생상품 경쟁력이 훼손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