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車업계에 부는 `한류 바람`

by정재웅 기자
2008.01.20 11:00:00

'허머 HX' 디자인한 GM 강민영씨·닛산 '포럼' 디자이너 백철민씨
GM의 무인자동차 '보스' 개발에도 한국인 연구원 참여
세계 유수의 車회사서 한국인 특유의 솜씨 뽐내

[디트로이트=이데일리 정재웅기자] 몇 해전까지 국내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일본, 중국, 동남아 등을 열광케했던 한류 열풍이 이제는 세계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로 해외 유수의 자동차 업체에서 한국인 특유의 뛰어난 감각과 능력을 선보이며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시 외곽 GM테크센터에서 만난 배홍상 선임연구원도 바로 그들 중 하나다.

▲ GM의 차세대 무인자동차 '보스'개발에 참여한 GM의 한국인 연구원 배홍상씨.
이날 세계 각국 기자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인주행자동차 '보스' 시연회에서 개발 스태프 중 동양인으로는 유일하게 참가한 그는 기자들이 혹시 "한국사람이냐"고 묻자 수줍게 웃으며 "맞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미, 버클리대를 졸업하고 스탠포드대에서 기계공학 석사와 박사를 마친 그는 3년전 GM에 입사했다.

배 연구원은 "GM에는 3년 전에 입사했으며 진나 1년반동안 무인자동차 개발을 담당해왔다"면서 "GM의 선행 차량 연구 센터(GM Advanced Research Center)에는 대략 20여명의 한국인이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보스 개발에 있어 차량의 가속과 감속, 스티어링(Steering)의 변화 등 차량 콘트롤 및 자동화 시스템 개발을 담당했다"며 "보스 제작 기간만 1년 반이 소요됐고 별도의 특별 팀(TFT)을 구성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배 연구원이 개발에 참여한 무인 주행 자동차 ‘보스’는 GM의 시보레 타호(Chevrolet Tahoe)를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지난 해 12월 미국 방위 고등연구 계획국(DARPA)이 개최했던 도심지 무인 주행 경연대회에서 96.7Km의 시내 코스를 6시간 내에 주행을 완료, 참가했던 35개 무인주행 자동차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 배홍상씨가 개발에 참여한 GM의 무인자동차 '보스'.

그는 이어 “GM이 이러한 무인 주행 자동차 개발에 뛰어든 것은 우선적으로 차량을 자동화해 차량 추돌 사고를 방지하고, 교통 혼잡을 최소화 하는 등의 혜택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향후에는 군사용이나 다른 목적으로도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이곳에서 근무하는 한국 연구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 받고 있다"면서 한국인 특유의 창의력과 특출난 능력이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 받고 있음을 자랑스러워 했다.

한편, 지난 13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디트로이트시 코보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2008년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도 한류열풍은 계속 이어졌다.

GM이 야심차게 내놓은 차세대 친환경 콘셉트카인 '허머 HX'를 디자인 한 것도 바로 한국인 강민영씨였던 것. 강씨는 한국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가 어릴적부터 꿈인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일념하나로 도미, 디자인학교를 졸업하자마자 GM에 입사했다.

강씨는 이어 다른 남성 디자이너 2명과 함께 차세대 허머를 제작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젊은 디자이너로 뽑혔고 마크 르 네베 GM 세일즈 부사장이 "신입 디자이너의 젊은 감각을 그대로 살렸다"고 말할만큼 뛰어난 감각을 선보여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 GM의 강민영씨가 디자인에 참여한 '허머 HX'콘셉트카(왼쪽)와 닛산의 백철민씨가 디자인한 '포럼' 콘셉트카.
 
이밖에도 닛산의 미국 디자인 총괄센터인 NDA에서 4년째 근무하고 있는 백철민씨는 닛산이 이번 모터쇼에서 새롭게 내놓은 콘셉트카 '포럼'을 디자인했다.

백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고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꿨다"며 "디트로이트의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인대학 CCS를 졸업한뒤 닛산에 입사, 세계 3대 모터쇼에 컨셉카를 출품하는 꿈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백씨가 디자인한 '포럼'은 가족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한 디자인으로 관객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크로스오버형 미니밴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GM디자인센터에만 40여명의 한국인 디자이너가 활동중이며 닛산에도 15~20여명의 한국인 디자이너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들은 모두 한국인 특유의 손재주와 감각으로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주목할 샛별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세계 자동차 업계에도 불어닥친 한류열풍이 찻 잔속의 태풍이 아니라 세계를 강타할 허리케인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