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두 번만 참자

by하정민 기자
2006.03.16 07:24:01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지난 주말 2월 고용지표의 `골디락스(Goldilocks)`에 이어 베이지북의 골디락스가 월가를 들뜨게 만들었다.

"미국 경제가 성장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물가 상승 압력은 높지 않다"는 모든 투자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이 2월 베이지북에 담겼다. 일단 성장 속도가 점진적이니 추가 금리인상 걱정을 과도하게 할 필요가 없다. 연준은 친절하게도 빠듯한 노동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노동비용 증가의 신호까지 나타나지 않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투자자들도 이를 정확히 간파했다. 베이지북 발표 전인 오전 장에서는 다우가 약보합으로 밀리기도 하고 거래 자체도 매우 한산했다. 그러나 베이지북이 나온 오후들어 상승폭이 빠른 속도로 확대됐고 결국 S&P는 강한 저항선인 1300을 무너뜨렸다.

지난 몇 주간 주가가 비틀댄 것은 연방기금금리가 4.75%~5.0% 이상으로 오를 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4.75%~5.0%는 오래 전부터 예상했던 수준이지만 그 이상으로 금리가 오를 지 모른다는,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옭아맨 것.

그러나 이제 이런 우려는 상당부분 줄어들고 있다. 많아야 두 차례의 금리인상만 견디면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SG 코웬의 마이클 말론 애널리스트는 "베이지북은 미국 경제의 성장, 그러나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모든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맥도날드 파이낸셜의 존 콜드웰 스트래티지스트는 "주식시장은 한 두 차례의 금리인상, 그 이후 금리인상 중단에 편안함을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캇츠먼 캐피탈의 찰스 크레인 스트래티지스트도 "금리인상 행진의 종착역이 다가오고 있다"며 "기업 실적 호조에 기뻐하면 된다"고 평가했다.

씨티그룹의 토비아스 레브코비치 스트래티지스트는 기술적으로도 주가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는 "1300은 매우 중요한 저항선이었다"며 그 효과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날 국채수익률이 상승했다는 점이다. 최근 부쩍 짙어진 채권 가격과 주가의 역 상관관계를 감안할 때, 이날 국채수익률만 하락했다면 주가 상승폭은 훨씬 커졌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의 1월 자본유입 규모가 막대한 경상적자를 메울만큼 늘어나지 않았다는 결과에, 달러와 미국 국채가격은 모두 하락했다.

헤지펀드 피컷 캐피탈의 바이런 위언 스트래티지스트는 주가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채권수익률 하락이 나타나야 한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그는 "주식시장이 채권수익률 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최근 채권수익률 동향이 주가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