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병수 기자
2005.08.18 06:45:00
LG, 채권단 힘입어 상각‥연체율 등 지표개선 뚜렷
삼성, 경기회복세 타고 `대환대출 정상화` 암중모색
[이데일리 김병수기자] 신용카드 대란의 주범으로 몰렸던 LG카드(032710)와 삼성카드가 서로 다른 경영전략으로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카드사의 경영지표 개선은 여전히 대환대출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형국. LG카드는 채권단의 지원에 따른 거액 상각에 힘입어 이익규모를 극대화하고 있는 반면 삼성카드는 상당규모의 대환대출을 끌어안고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LG카드의 연체율은 9.69%로 10%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3월말에는 11.15%였다.
그러나 삼성카드는 연체율이 19.57%로 지난 3월말 22.87% 이후 10%에 진입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같은 연체율은 대환대출이 포함된 것이다. 이를 제외하면 LG카드의 연체율은 7.42%, 삼성카드는 9.58%로 아직 격차가 있기는 하지만 큰 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양대 경쟁 전업카드사이자 카드대란의 주범으로 몰렸던 양사의 연체율은 대환대출로 인해 하늘과 땅 차이인 셈이다. 이 같은 차이로 인해 양사의 당기순익 규모도 크게 벌어지고 있다.
LG카드가 작년 1분기(1211억원)에 분기별 이익을 낸데 이어 4분기에도 3258억원을 이익을 냈다. 올 들어서는 1분기에 2918억원 이어 2분기에 4798억원으로 이익규모를 크게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삼성카드의 당기순익 개선 추세는 더디기만 하다. 올해 2분기부터 분기별 이익을 내기 시작했고, 이익규모도 543억원에 불과했다. 이 같은 차이도 결국 연체율과 마찬가지로 양사의 대환대출 규모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양사의 자산규모는 비슷한 수준이다. 표면적으로는 약 12조2000억원인 삼성이 10조7000억원인 LG에 비해 많지만 삼성캐피탈과의 합병에 따른 효과를 제외하면 크게 차이가 없다.
또 대환대출은 일단 연체로 잡히기 때문에 삼성의 급격한 연체율 하락을 기대하기는 앞으로도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이를 즉각 상각처리한다면 지표상의 연체율 하락은 가져올수 있지만 삼성의 선택은 이와는 거리가 있다.
LG는 2003년도에 4조6960억원, 2004년도에 5조4280억원의 상각을 실시했지만, 삼성은 그렇지 못했다. LG의 경우 그 만큼 지표상으로도 연체율 하락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삼성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는 분석도 있다. 경기가 회복되고 채무자들의 생활형편이 조금씩이나마 개선되고 있는 추세기 때문에 대환대출의 정상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환대출의 정상화 정도를 보여주는 상환능력개선대출비중을 보면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환능력개선대출은 ▲원리금을 대출기간중 3분의 1 이상 정상적으로 납부한 경우 ▲원리금을 대출금액중 3분의 1 이상 정상적으로 납부한 경우 ▲대환대출 이자를 6개월이상 정상적으로 납부한 경우를 말한다.
LG는 이 상환능력대출비중이 지난해 6월말 24.3%에서 올해 6월말에는 67.2%까지 상승했다. 삼성은 지난해 6월말 38.1%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50%대로 상승하긴 했으나 LG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대환대출에 대한 적극적인 상각 전략을 쓴 LG의 효과인 셈이다.
다만, 앞으로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환대출의 정상화에 속도가 붙는다면 상대적으로 삼성이 유리한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전반적으로 신용카드 이용금액을 증가시키는 노력보다는 이 부분에서의 성과가 좀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현재로서는 LG와 삼성의 전략중 어느 것이 맞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LG의 경우엔 무엇보다 제3자 매각을 위해 `보기좋은 떡`을 만들어야 하는 일차적인 과제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삼성의 경우 대환대출 자체에 아직은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대환대출을 제외한 연체율 추이도 완연한 하락세를 보여주는 그래프는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삼성의 안정적인 회복세가 관건인데, 경기회복 즉 `시간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형국이어서 어느 쪽이 승자가 될지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