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자영업자, 출산대책 '그림의 떡'…일·가정 양립 유도 절실"[ESF2024]
by최연두 기자
2024.06.03 05:01:00
[16] 이상협 하와이대 경제학과 교수
전체 근로자 4분의 1 '사각지대'
현금성 지원 부작용만 나올수도
복합요인 진단할 새 체계 마련해야
[이데일리 최연두 김형욱 기자] “한국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재직자들은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의 혜택에서 소외돼 있습니다. 정부는 세제 지원을 비롯한 여러 당근책을 제시해 이들에게도 일·가정 양립이 지켜지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상협 하와이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전체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인데, 아직 이들에 대한 정책적 고려는 부족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오는 18∼20일 열리는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참석, 출산 친화적 인구정책을 위한 정부 거버넌스의 혁신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금껏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을 추진해 왔고 이를 강화하려 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전체 근로자의 4분의 1에 이르는 자영업자까지는 아우를 수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실제 600만여명에 이르는 개인사업자와 프리랜서, 소상공인, 여기에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정부가 아무리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해도 그 수혜를 받기 어렵다. 정부가 2008년 육아휴직 제도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그 혜택을 늘려왔지만 육아휴직 사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하위권에 머무는 건 이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출산 장려책은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 근로자에 국한하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현재도 유연근무제, 부모 육아휴직제뿐 아니라 임직원 자녀 대상 보육기관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혜택의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최근 정부가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슈가 된 ‘자녀 한 명당 1억원 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아동수당·특례대출·주거지원·육아휴직 확대 등 일·가정 양립 정책으로 제공 중인 지원금은 이미 1인당 1억원을 웃돈다”면서 “지난 수십 년 간 이러한 정책적 대응에도 출산율은 회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현금성 지원을 한다면 해당 금액이 오롯이 육아에 쓰인다는 보장이 없다”며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저출산대책을 시행하는 정부의 거버넌스를 꼽았다. 대통령 직속 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실권이 없어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최근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란 이름으로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신설 부처 설립 추진 계획을 공식화한데 대해 이 교수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운용 예산이나 가용 인력 등 부서의 조직 운영과 관련해 신중하고 세심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저출산·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여러 복합적 요소가 중첩됐기 때문”이라며 “현 위기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필요한 정책을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경제학 석사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제학 박사 △국가이전계정 국제학회장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