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12.21 05:00:00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세계 주요국에서 기업파산이 급증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까지 기업파산 건수가 직전 1년간에 비해 30% 증가했다. 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경우 올 1~9월에 파산한 기업이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지난달 말에는 자산 가치가 38조원대에 이르는 오스트리아의 거대 부동산 기업 시그나그룹이 법원에 파산신청을 내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 일부 국가의 기업파산 비율이 글로벌 금융 위기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도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들이 1년 전보다 30%가량 늘었다고 한다.
기업파산 급증은 고금리, 고유가, 경기침체와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등이 맞물려 나타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겨우 명맥을 유지했던 좀비기업들이 고금리 시대에 급격히 늘어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도산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한때 각광 받았던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실리콘밸리 유니콘 기업들마저도 좀비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8일 발표한 ‘2023년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85개였던 부실징후기업 수가 올해는 231개로 25%나 늘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대출금 이자를 연체한 기업들이 늘어난 탓이다. 내년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중소기업 비율이 올해 17.2%에서 내년에는 최대 20.1%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의 기업파산 급증은 크게 보면 초저금리 시대에 누적된 부실기업들을 정리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우리도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일시적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워크아웃을 통해 지원하되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기업들은 신속히 퇴출을 유도해야 한다. 당장의 충격을 피하기 위해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까지 끌어안고 가는 것은 근원적 해법이 될 수 없다. 부실을 제때 털어내지 못하면 반드시 더 큰 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