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천차만별 반려동물 진료비의 정상화를 기대하며

by김보경 기자
2023.07.10 05:30:00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말이다. 그만큼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비용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려동물이 아프기라도 하다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첫 번째는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이 빨리 나을 수 있는지 걱정이고, 두 번째는 병원비가 얼마나 나올까. 내 지갑이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벼운 질병으로 동물병원을 찾아도 진료비는 10만원 안팎이 나오고, 수술에 입원까지 해야 하는 중증 질병이라면 중고차 한 대 수준의 병원비는 부담해야 한다.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나이가 들면 아픈 곳이 많아진다. 반려인들은 병원비 부담을 마치 터지지 않은 폭탄처럼 안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 반려동물이 큰 질병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이런 반려인들에게 최근 ‘토리 아빠’ 윤석열 대통령의 반려동물 진료비 경감 대책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반려동물들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는 외이염, 결막염, 아토피성 피부염 등 100여개 질병에 대한 부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진료비의 10%에 해당하는 부가세가 사라지면 진료비 부담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지난 1월 수의사 2인 이상 동물병원이 접수창구 등에 주요 진료비를 게시하는 것을 의무화한 데 이어 이달 중에는 전국 동물병원의 진료비 현황을 전수조사해 하나의 플랫폼에서 주요 진료비의 최고·최저·평균·중간값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부가세 부담을 줄이고, 동물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진료비를 소비자에게 공개한다는 것 자체로도 큰 걸음을 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반려인들이 효과를 체감하기엔 아직 갈 길은 멀다. 병원에 따라 적게는 수만원, 많게는 수십, 수백만원 단위로 진료비 차이가 나는 현실에서 10%의 부가세 면제는 사실 진료비를 인상하면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진료비 항목 역시 병원마다 달라 비교가 어렵다. 예를 들면 A병원은 X레이 검사비용에 판독비가 포함돼 있고, B병원은 판독비를 별도로 부담한다. 또 주사값과 주사를 놓는 비용을 분리하기도 하고, 입원비도 일정부분 반려동물의 케어가 포함된 병원이 있는가 하면, 입원비는 말 그대로의 공간사용 비용일 뿐이고 입원한 반려동물의 살피고, 약을 주고, 사료를 주는 비용까지 따로 받는 경우도 많다. 실상이 이러니 진료항목별 최고·최저값 등을 공개한다고 해도 반려인 입장에선 기준선을 잡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기준과 데이터가 없으니 펫보험도 보장항목과 보장금액이 다양하지 못하고, 결국 가입률이 저조하다.

진료비 전수조사와 그 결과의 공개도 이전에는 없었던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과잉진료를 막고 반려인이 적정수준의 진료비를 냈는지 알 수 있으려면 장기 과제로 검토되고 있는 진료항목표준과 표준진료수가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반려동물은 사람처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그 증상을 말로 설명할 수 없으니 치료를 위해선 더 많은 검사와 시간이 필요해 진료비가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같은 질병의 치료에도 병원마다 수십·수백만원의 진료비 차이가 나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한 토리 아빠의 의지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