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반란' 모스크바 코앞서 멈춰…"프리고진, 벨라루스行"

by김상윤 기자
2023.06.25 08:34:36

모스크바서 러시아 군과 무력충돌 앞두고 합의
"피를 흘리는 데 따른 책임 이해..병력 되돌린다"
러시아, 프리고진과 바그너병사 형사입건 취소
반란과정서 러 손실도 상당…우크라 반격 영향 촉각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무장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 코앞에서 협상을 통해 철수를 결정했다. 러시아는 바그너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떠나는 조건으로 그와 병사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등 양측이 한발씩 물러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대의 위기를 모면했지만, 우크라이나와 전쟁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장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텔레그램 영상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콩코드그룹 제공 영상 캡처. (사진=AFP)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이날 오디오 메시지를 통해 모스크바로 향하던 병력에 철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프리고진은 “우리 전사들은 지금까지 피 한방울도 흘리지 않았지만 모스크바를 거의 앞두고 이제는 피를 흘릴 수 있는 순간이 왔다”며 “러시아인의 피를 흘리는 데 따르는 책임을 이해하기 때문에 계획대로 병력을 되돌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합의 하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협상에 나섰다.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양측은 러시아 내에서 유혈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며 “프리고진은 바그너 그룹의 이동을 중단시켰고,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합의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도 트리고진과 병사들을 처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프리고진과 바그너 병사들에 대한 형사입건은 취소될 것”이라며 “대통령의 말이 그가 벨라루스로 떠날 수 있다는 보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상이 타결됨으로써 추가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며 ”유혈사태를 피하는 게 책임자 처벌보다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바그너 그룹은 전날 러시아군이 자신들의 후방 캠프를 미사일로 공격했다면서 러시아 군 수뇌부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벗어나 러시아로 진입하며 반란을 일으켰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프리고진에 대한 체포령을 내리고 모스크바 등지에 대테러 작전 체제를 발령했다. 하지만 바그너 그룹은 하루 만에 모스크바 코앞까지 진격하며 러시아군과 정면충돌을 앞두고 있었고, 양측은 우여곡절 끝에 한발씩 물러서기로 합의하면서 혼란스러운 국면이 일부분 진정됐다.



이번 바그너 그룹의 반란으로 러시아군도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벨라루스 텔레그램 미디어 넥스타는 이날 러시아군이 헬리콥터 6기와 항공관제기 1기 등 항공기 7기를 손실했다고 전했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서부 로스토프나도누에 있는 기지로 돌아가기 위해 남부 군사 지구 본부에서 철수를 준비하는 바그너 그룹 병력 (사진=AFP)
이번 반란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서방국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의 내분으로 러시아군의 힘이 분산돼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일정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지를 재확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반란 사태와 관련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통제력 상실이 입증됐다며 서방의 무기 지원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의 약점은 명백하다”며 “러시아가 군대와 용병을 우크라이나 땅에 더 오래 둘수록 나중에 더 많은 혼란과 고통,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러시아는 자신의 약점과 정부의 어리석음을 가리기 위해 선전을 사용했다”며 “지금은 어떤 거짓말도 숨길 수 없는 혼란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F-16 전투기를 요청하는 것은 우리의 공동 방어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방어에 필요한 모든 무기를 제공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