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함 뒤 나락으로…2차전지 못난이株, 투자주의보

by김응태 기자
2023.04.07 05:11:00

코스닥 상장사, 2차전지 사업 진출 봇물
사업 진출 후 후속 성과 부재에 주가 변동성↑
주가 급등에 코스닥 신용잔고 급증
신사업 호재 발표 후 CB 발행 악용 우려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2차전지 신사업에 뛰어든 코스닥 업체의 주가가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업 진출 기대에 주가가 급등한 뒤 후속 사업이 진척되지 않거나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다시 급락하고 있어서다. 기업들이 2차전지 사업과 관련한 호재 발표 뒤 전환사채(CB) 발행 및 전환 청구에 잇달아 나서면서 주가 하락이 심화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빚투(빚내서 투자)’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주가 하락 시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차전지 관련 소재 및 부품 등의 사업 진출을 예고한 주요 코스닥 상장사는 15곳이다. 이중 주가(거래정지 기업은 직전 종가 기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는 세원이앤씨(091090), 골든센츄리(900280), 에이티세미콘(089530), 한국테크놀로지(053590), 에스엘바이오닉스(214310) 대한그린파워(060900) 등 6곳으로 전체에서 40%의 비중을 차지한다. 아울러 동전주 업체와 알파홀딩스(117670)를 더해 총 7곳은 52주 신고가 대비 주가가 50% 넘게 하락했다.

이들 기업의 최근 주가 흐름은 2차전지 사업 진출에 대한 언론 보도나 공시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뛰다가 급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에이티세미콘은 지난해 11월1일 반도체 패키징 사업부문을 720억원에 매도하고 2차전지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전날 대비 15.05% 급등한 160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관련 사업에 대한 이슈가 뜸해지면서 12월20일에는 1000원선이 깨졌다. 그러다 올해 다시 2차전지 종목이 부상하자 지난 3월 24일 상한가에 도달하며 609원으로 집계됐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기업 알파홀딩스도 올 초인 1월11일 2차전지 리드탭 업체인 신화아이티 유상증자에 참여해 2차전지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히면서 전날보다 10.62% 상승한 1250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부터는 급등락을 반복하다가 이달 들어 모멘텀이 부재하자 다시 1000원대로 내려갔다.

2차전지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자이글(234920)도 지난달 31일부터 2거래일 연속 20% 넘게 상승해 3만1000원대까지 올랐지만, 이날에는 12% 넘게 떨어져 2만6000원대로 돌아왔다.



2차전지 사업 진출 이슈로 개별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자 빚투 열풍도 거세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스닥 신용잔고는 9조7938억원을 기록해 유가증권 시장(9조1842억원) 대비 약 6000억원 더 많았다. 올 초(1월2일) 코스닥 신용잔고 7조7569억원과 비교하면 26.3% 늘었다. 전기차 판매량 확대와 더불어, 미국 인플레감축법(IRA) 세부법안 발표에 따른 세액공제 수혜 기대감에 2차전지 관련 기업을 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일각에선 기업들이 이 같은 호재를 발표해 개인투자자의 투자를 유도한 뒤 주가가 오른 시점에 CB 발행 및 전환청구권 행사로 악용할 수 있어,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국테크놀로지의 경우 지난해 11월28일 2차전지 소재 제조 등의 사업목적에 신규 추가해 주가가 당일 12.8% 급등하자 22회차 CB에 대한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 18억5000만원 규모의 전환청구권 행사로 240만5721주가 시장에 풀렸다.

소니드(060230) 역시 지난 3월24일 2차전지 전처리 설비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영한금속 인수 내용을 알린 뒤 잇달아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 지난달 24일에는 20·21회차 사모전환사채 전환청구권이 행사돼 74만9165주가 신규 발행된다고 예고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147만7967주, 28일에는 134만4224주가 발행되는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

전문가들은 CB 발행이 신사업 투자에 활용되지 않은 채 남발되면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환사채나 유상증자를 통해 회사를 키우는 게 아니라 머니테크(돈 불리기) 용도로만 활용될 경우 주식수만 늘어난 채 주가가 떨어지고 기업이 부도가 날 수 있다”며 “주주들이 정확하게 자금 사용 용도에 대한 기업설명회(IR)를 요청하거나, 지분이 1%를 넘으면 임시주주총회를 요구해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