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정치권 성추문에…신지예, 이준석·박완주 동시에 때렸다[인터뷰]
by김보겸 기자
2022.05.23 06:00:00
신지예 전 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인터뷰
허울뿐인 징계 후 상대당 징계 요구..'적절치 않아'
국민의힘도 징계 결정 미루는 등 '여지' 줘
"사과 이상의 노력과 의지 보여야 한다" 강조
| 신지예 전 대표가 22일 잇따른 정치권 성비위 의혹에 쓴소리를 쏟아냈다.(사진=김보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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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국내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신지예 전 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징계요구를 놓고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신 전 대표는 이준석 대표와는 페미니즘과 젠더 갈등 등을 놓고 공방을 주고받은 ‘앙숙’ 사이다. 그러나 자당 의원의 성비위 사건을 허울뿐인 징계로 마무리한 민주당이 다른 당 대표의 성비위 징계까지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고 봤다.
22일 신 전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정치권에 일어난 성비위 사건 등을 언급했다. 박완주 의원 성비위 사건으로 촉발된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징계 논란 등에 대한 본인의 생각도 밝혔다.
이번 논란은 민주당이 박완주 의원을 제명하면서 비롯됐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박 의원에 대한 제명을 공론화하면서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박 위원장은 “이준석 대표의 징계건을 조속히 처리하고 사과하라”면서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사건은 당대표직을 사임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재명 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해명하라”고 요구하는 등 민주당내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신 전 대표는 “적절치 않다”라는 의견을 냈다. 그는 “왜 자당 문제를 갖고 상대방이 처벌 했나, 안 했나를 문제삼나”라고 했다. 이어 “각 당의 기준이 분명히 있는 만큼 기준에 따라 엄중하고 신속하게 처벌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도 비판받을 여지를 줬다고 그는 봤다. 지난 4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 대표 의혹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지만 결론은 한달 가까이 오리무중이다. 신 대표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치인의 윤리의식은 적어도 국민 평균 수준은 되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윤리위가 결정을 미루는 것은 지선을 의식한 행동으로밖에 안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당이 신뢰를 얻으려면 성비위에서만큼 ‘내로남불’이 아닌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속전속결 박완주 의원 제명’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신 전 대표는 ‘허울뿐인 징계’라고 했다.
그는 “의원직은 계속 유지되지 않나, 오히려 민주당 의원이 아니라 무소속 의원으로 만들어 꼬리 자기르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의석 수 167석을 점유한 다수당으로서 제명이 아니라 의원직 박탈을 추진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시절 직원에게 뽀뽀를 요구한 윤재순 총무비서관의 대통령비서실행에 대해서도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생일빵에 화가 났다”면서 윤 총무비서관이 해명을 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신 전 대표는 “적어도 성인지 교육을 받겠다든지,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든지 사과 이상의 노력과 의지를 보였어야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성폭력에 무디거나 젠더 감수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공직 진출이 어려워진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폭력은 100% 다 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렇지만 이런 일이 발생할 때 침묵하거나 지나치는 게 아니라 내가 피해 당사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적극적인 해결자로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지예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두 가지가 없어서다. 강력한 처벌과 수평적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성폭력은 권력관계에서 권력자가 약자에게 통제권을 얻고, 과시하고, 약자를 이용해 본인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데서 발생한다.
우선 한국 정치는 여전히 수직적 위계관계가 지배한다. 아직도 구시대적 방식으로 돌아간다. 비서나 보좌관들 마치 자기 밑에 있는 사람처럼 여긴다. 자유롭게 자신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문제제기 하거나 비판하는 문화가 완전 사라졌다.
또 가해자는 처벌하고 피해자는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매번 지금까지 말로만 사과하고 끝났지 않나. 안희정 사건만 해도 가해자 처벌은 분명 있었지만 2차 가해자들 처벌은 없었다. 김지은 씨를 향해 2차 가해성 이야기로 공격한 사람들, 지금까지 호의호식하면서 잘 산다. 최근 여성단체에서 민주당에 2차 가해자들 공천하지 말라고 공식 요구했는데 다 공천 받았다. 이런 모습들 반복되는데 어떻게 나아지나.
△허울뿐이다. 의원직은 계속 유지되지 않나. 오히려 민주당 의원 아니라 무소속 의원 만들어버림으로써 꼬리 자르기 하는 거다. 민주당내 성비위 문제가 반복되는 건 바로 이거 때문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 처벌했다고는 하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다. 민주당은 소수당이 아닌 다수당이다. 제명이 아니라 의원직을 박탈했어야 하는 문제다. 민주당이 당연히 나설 수 있었는데 안 했다.
△세부 내용 정확하게 알지 못해 조심스럽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큰 잘못 저지른 건 맞다. 무엇보다도 적어도 국민 평균 수준만큼은 윤리적이어야 할 정치인이 하지 말아야 할 비위다.
그럼에도 윤리위가 결정을 미루는 건 지선을 의식한 행동으로밖에 안 보인다. 성비위가 계속 일어나는 민주당과 다르다는 점을 국민의힘이 보여줘야 한다. 신뢰를 얻으려면 적어도 성비위에서만큼은 내로남불이 아니라, 약속한 것은 실천하는 건강한 보수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지.
△부적절하다. ‘저쪽이 더 문제고 우리는 나은 편’이라는 건데, 왜 자당 문제를 상대방이 처벌했냐 안했냐를 기준으로 삼나. 각 당의 기준이 분명히 있는 만큼 기준에 따라 엄중하고 신속하게 처벌해야한다. 성 비위 사건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지나가 버린다면 거기 대한 법적, 정치적 의지가 없는 조직이라고 봐야 한다. 국민들 다 보고 있고, 판단하고 있다.
△정치권 젠더 감수성이 기준에 한참 모자라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이미 국민과 사회 수준은 정치권보다 앞섰다. 적어도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면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사과하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 윤재순 비서관이 정말 마음을 먹는다면 적어도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받겠다든지,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등 사과 이상의 노력과 의지를 보여줬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내부에서 사법적 절차뿐 아니라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하고 조직적인 처벌을 통해 성폭력에 무디거나 젠더 감수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공직 진출이 어렵구나, 하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
△성폭력은 100% 다 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살인사건 일어나듯이. 근데 그런 일이 발생할 때 침묵하거나 지나치는 게 아니라 내가 피해 당사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적극적인 해결자로 나서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