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1.09.28 05:00:00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의 내막이 한꺼풀씩 벗겨지면서 유력 법조인사들의 연루 및 부적절한 처신이 무더기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의혹의 핵심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고문을 맡았던 권순일 전 대법관이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데 이어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김수남 전 검찰총장,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이경재 변호사 등이 줄줄이 이름을 올리고 있어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법조계 전반으로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거물 법조인들이 수천억원대 특혜시비의 소규모 신생 회사(화천대유)에 자문, 고문 등으로 줄을 대고 있다는 점에서 법조계 명예와 신뢰도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이런 가운데 그제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이 지난 3월 화천대유에서 퇴직한 자신의 아들(31)이 6년 재직 후 무려 50억원의 퇴직금 등을 받은 것과 관련, 내놓은 주장과 아들의 해명이 엇박자에다 상식과 관행을 크게 벗어나 비난과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곽 의원은 “인허가에 압력을 넣은 적도 없으며 아들이 모집 공고를 보고 입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곽 의원의 소개로 입사한 후 퇴직 전 383만원(세전)의 월급을 받았다. 50억원은 화천대유가 창사(2015년)이래 모든 임직원에게 지급한 퇴직금 총액 5억7131만원의 9배에 육박한다.
화천대유의 소유주 김만배 대표가 어제 경찰에 출석, 조사가 시작됐지만 이 회사와 자회사격 투자사인 천화동인이 3억5000만원을 출자하고 배당금 등으로 4000억원대를 벌어들인 수법과 돈 흐름은 요지경이요, 복마전이다. 그런데도 유력 법조인사들과 정치인이 대거 이런 의혹에 휘말렸다는 것은 그들의 처신과 윤리 의식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법조계에는 이들 말고도 유력 인물이 여럿 관련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직간접으로 50억원을 약속받았다는 ‘50억 클럽’설까지 나돌 정도다. 개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와 국회는 의혹을 풀고, 성난 민심을 달래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 특검은 물론 국정 조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추악한 돈잔치의 진상을 밝혀내고 비리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