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황현규 기자
2021.09.07 05:00:00
문정복 의원실 국정감사 자료, 올 세종 청약 3곳 분석
세종청약 물량 1005가구 중 321명이 수도권 거주자
실거주의무 없어 추후 되팔면 시세차익 거둘 수 있어
세종시-행복청 입장 달라 대안 마련도 쉽지 않아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올해 분양한 세종시 아파트 당첨자(기타지역) 중 32%인 321명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거주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시나 인근 지역에 살지 않는 수도권 거주자가 세종 아파트 청약에 뛰어든 것이다. 세종 아파트는 실거주의무가 없고 전매제한이 풀리면 바로 되팔 수 있어 ‘투기 수요’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세종시를 관할하는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입장이 달라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6일 한국부동산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정복 의원(더불어민주당, 시흥 갑)에게 제출한 ‘2021년 세종 아파트 청약 당첨자 거주지 현황’을 보면 올해 세종에서 진행한 청약 단지 3곳에서 수도권(서울·경기·인천) 거주자 321명이 당첨됐다. 세종 아파트 청약 당첨자 중 거주지 현황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단지별로 보면 △세종자이더시티 226명(서울 99명·경기 109명·인천18명) △세종리첸시아 파밀리에 H2블록 48명(서울 20명·경기 26명·인천2명)△세종리첸시아 파밀리에 H3블록 47명(서울20명·경기26명·인천1명)으로 확인됐다.
당첨자 비율은 △세종자이더시티는 35%(기타 전체 물량 664가구)△파밀리에 H2블록 24%(기타 전체 200가구) △파밀리에 H3블록 33%(기타 전체 141가구)로 집계됐다. 전체로 보면 1005가구 중 전체적으로 32% 규모다.
수도권 거주자들의 당첨 비율은 충청권 거주자들과 맞먹는 정도다. 세종자이더시티의 경우 세종과 인접한 대전 당첨자는 134명으로 20%를 차지했다. 이어 △경기 109명 △서울 99명 △충남 77명(12%) △세종 54명(8.4%) △충북 51명(7.9%)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종자이더시티의 경우 공무원특공이 사라진 이후 일반 공급 물량이 늘었고, 이에 따라 기타지역 물량까지 증가한 단지다. 결과적으로 세종 공무원들의 물량이 수도권 거주자에게 일부 넘어간 셈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청약 물량은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100% 할당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세종시는 청약 물량의 50%를 1년 이상 세종 거주자에게, 나머지 50%는 세종시 1년 미만 거주자와 전국 거주자에게 공급된다. 행정수도인 세종시로의 인구 유입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당첨자들에게 ‘실거주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전매행위 제한 기간이 있긴 하지만 거주 의무가 없기 때문에, 당첨 이후 새 아파트에 세를 놓다가 전매제한이 풀리면 아파트를 처분해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 수도권 거주자들이 세종 청약을 이용해 ‘투기’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세종자이더시티의 경우 청약자들이 전국에서 22만명이 몰리면서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해당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분양가가 60% 수준으로 책정, 당첨만 되면 3억~5억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아파트였다.
또 최근 정치권에서 국회의사당 세종분원 설치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는 등 호재도 이어지고 있어 투기 수요가 지속될 가능성도 높다.
여경희 부동산114 연구원은 “실거주 의무가 없기 때문에 수도권 거주자들이 굳이 세종으로 이사를 갈 유인은 크지 않다”며 “이들이 실거주 목적으로 청약을 받았는지, 투자 목적으로 청약을 받았는지는 따져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청약 당첨자 중 실거주 비율을 현재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와 세종시는 기타지역 물량을 줄이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으로 세종시는 해당지역 100%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 세종시 공무원 특별공급이 폐지되면서, 세종시 거주자들이 당첨될 수 있는 물량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다. 또 세종의 무주택 가구 비율이 46.2%로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은데, 기타 지역 물량으로 무주택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행복청은 세종시가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 전국 배정 물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기타지역 물량을 폐지하기보다는 비율을 줄이거나, 충청권으로 기타지역을 한정하는 방법 등도 거론된다.
또 인구 유입을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해 실거주를 의무화하는 방안들도 논의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종시와 행복청의 입장이 달라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안에 결론을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