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SNS→메타버스로…공간을 혁신하는 ‘디지털 신세계’

by김현아 기자
2021.07.21 05:04:38

[디지털 신세계 메타버스]②
제조사·유통사도 뛰어드는 메타버스…산업화 원년
제휴냐, 독자 플랫폼이냐…서로 다른 행성(서비스)간 연동 가능
메타버스가 불러올 제조혁신…AI와 블록체인 접목까지
내년 하반기 AR글래스 윤곽…기기 혁명 예상

[이데일리 김현아 노재웅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인터넷이 ‘검색 포털’에서 ‘SNS’로 진화한 데 이어, 3차원(3D) 기술 발전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메타버스(meta-verse)’로 변신 중이다.

메타버스는 나를 닮은 아바타가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융합된 곳이다. 1992년 美 SF 소설가 닐 스티븐슨의 ‘Snow Crash’란 소설에서 처음 메타버스란 용어를 썼다. 지금은 ‘로블록스(ROB LOX)’나 ‘네이버 제페토’ 처럼 10대를 겨냥한 게임이나 소통 플랫폼 형식이 대세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거래, 업무, 교육, 자율주행차 개발 등 활용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GS리테일이 원조 메타버스인 ‘싸이월드’에 입점해 상품을 파는 일이나, 직방이 서초동 GT타워 사옥을 없애고 ‘메타폴리스’ 안에서 업무를 보기로 한 것, LG디스플레이가 네이버의 또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진행하는 일, 엔비디아가 자율주행차 개발자를 위한 가상공간 협업 플랫폼 ‘옴니버스’를 선보인 것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은 현재 460억 달러(한화 약 51조 1060억 원)에서 2025년까지 2800억 달러(한화 약 311조 8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기업들은 왜 메타버스에 열광할까. 김상균 강원대 교수(메타버스랩 소장)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접 판매)를, 유통사는 온라인과 라이브 커머스 다음의 것을 찾고자 하는 요구가 강하다”면서 “올 들어 50곳이 넘는 기업이 메타버스 활용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고 말했다.

이승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지능데이터연구팀장은 “알파고 덕분에 AI(인공지능)이 떴듯이, 로블록스·제페토의 성공 스토리와 AR·VR·5G 같은 기술의 축적, 코로나 19 이후 일상화된 가상 세계 등이 영향을 미쳐 메타버스가 수면 위로 솟아 올랐다”고 평했다.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1.5억 명, 이용자 제작 게임 5000만 개를 넘어선 ‘로블록스’나 가입자 수 2억 명에 하루에 이용자 제작 아이템이 7000~8000개씩 나오는 ‘제페토’는 각각 7년, 3년 만에 성공한 메타버스다. 로블록스는 2014년, 제페토는 2018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메타버스 세계에 동참하려면 제휴와 별도 플랫폼 중 어떤 게 유리할까. 현대차는 제페토 내 쏘나타 N라인 시승 서비스를 선보였고, SK텔레콤은 20대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이프랜드’를 출시했다.

전진수 SKT 메타버스 CO(컴퍼니)장은 “제페토와 결이 다른 서비스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가상공간에 노래방도 회의실도 만들어봤는데 새 것을 찾는 게 딜레마였다”면서 “코로나로 친구를 못 만나는 순천향대 학생들을 위해 메타버스 입학식을 준비했더니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대학생들의 수용성이 높은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이프랜드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가입자 규모도 고려해야 한다. 이 팀장은 “하이브나 SK텔레콤처럼 이미 가입자를 어느 정도 확보한 기업은 기존 가입자를 가상세계로 잘 모셔가는 관점에서 독자 플랫폼이 괜찮다”면서도 “그렇지 않다면 어디 들어가 터를 잡은 뒤 그 터와 새롭게 만들어지는 터를 연동하는 전략이 낫다”고 조언했다. 네이버는 웹툰의 IP와 제페토의 IP를 통합하기로 했는데, 제페토 안에서 네이버 웹툰의 자동화된 웹툰 창작툴을 이용해 제페토 방문객을 대상으로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광고회사인 포스터스코프의 이노베이션 디렉터 클레어 킴버는 메타버스를 “수백만 개의 디지털 은하로 구성된 우주”라고 했다. 로블록스와 제페토, 이프랜드가 각각의 디지털 행성으로 존재하고, 오갈 수도 있으며,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주와 비슷하다는 의미다.

메타버스는 AR(증강현실)아바타 꾸미기나 가상세계 구찌 쇼핑이 전부가 아니다. 구글보다 도로나 지도 관련 데이터가 적어 자율주행차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엔비디아의 가상공간 협업 플랫폼 ‘옴니버스’를 이용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엔비디아가 자율주행 기술기업 만도와 제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옴니버스에서는 현실과 똑같은 공기, 햇빛, 바람 같은 물리법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어 자율주행 테스트를 24시간 풀로 시험할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 휴먼으로 불리는 인공지능(AI)와 블록체인의 일종인 대체 불가능 토큰(NFT)과의 접목도 진행 중이다.

이를테면 카카오톡이 메타버스로 진화한다면 회사 카톡방에서는 직장에서의 나, 가족 카톡방에서는 엄마로서의 나 등을 대변해주는 아바타(캐릭터)를 만들고 AI가 각각의 집단 특성에 맞게 소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 가능해진다. 본래의 캐릭터가 아닌 추가로 만든 캐릭터(부캐)다. NFT는 메타버스에서 건물 임대업을 할 때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메타버스는 PC나 모바일(스마트폰)으로만 가능할까. HMD(Head Mounted Display)기기나 AR 글래스(안경), AR 장갑 같은 것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제페토 개발자를 모집하면서 오큘러스 퀘스트2 개발자를 찾는 것도 같은 이치다. 오큘러스 퀘스트2는 40만원 대 저렴한 가격에 기존 HMD의 문제점을 해결해 국내서도 없어서 못산다. 세계적으로도 500만 대 정도 팔린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과 애플, 페이스북이 참전한 AR글래스 경쟁이 내년 하반기쯤 윤곽을 드러내면, 메타버스에 더 깊은 몰입감을 주는 기기의 혁명도 이뤄질 전망이다.

결국 메타버스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망라한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상상하는 엔지니어’가 뜬다는 점이다.

이승환 팀장은 “메타버스는 2D의 웹 화면이 3D 공간으로 들어와 공간을 혁신하는 것인데 우주도, 바다도 될 수 있어 상상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상균 교수는 “과거 기업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쇼핑몰과 생산설비 강화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현실공간의 비즈니스 가치를 메타버스를 통해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