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은 칼빼고, 국내선 잡코인 정리…암호화폐 '내우외환'
by김국배 기자
2021.06.23 05:05:55
한 달 반만에 시총 1300조 증발…암호화폐 정보사이트 트레이딩뷰 집계
美 기준금리 조기 인상에 中 채굴 단속 강화까지
''데드 크로스'' 근접한 비트코인 3만달러선도 위태
국내선 특금법 시행 앞둔 거래소들 ''잡코인'' 정리하다 발행사와 갈등
서울외대와 특허 ...
[이데일리 김국배 이후섭 기자]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약 한 달 반만에 1300조원 가까이 사라졌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조짐을 내비친 데다, 중국이 암호화폐 채굴 단속을 강화하는 등 단기간에 악재가 겹치며 가격을 끌어내린 탓이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거래소들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에 따른 사업자 신고를 위해 ‘잡코인’ 정리에 나서면서 투자자 불안이 커지고 코인 발행사와의 갈등이 증폭되며 암호화폐 시장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22일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암호화폐 시총은 1조2690억 달러(1436조원)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5월 8일(2729조원)과 비교하면 48.5%(1292조원)가 줄어든 것이다.
암호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9시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 3600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 4월 14일(8199만4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제 시세 역시 한때 3만1000달러선까지 내려앉았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당초 예정보다 빠른 2023년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데 이어 중국 쓰촨성이 관내 비트코인 채굴 업체 26곳에 폐쇄 명령을 내린 것이 결정타였다. 중국 인민은행은 알리페이와 일부 주요 은행에 암호화폐 거래 단속을 촉구하는 ‘웨탄’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탄은 당국이 기업인 등을 불러 잘못을 성토하고 시정을 압박하는 제도다. 로이터 등이 “비트코인이 ‘데드 크로스’에 진입했다”고 보도하면서 폭락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데드 크로스는 자산 가격의 단기 이동평균선이 장기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가는 것으로 장기 하락 국면을 의미한다.
이런 와중에 국내에선 거래소들이 ‘불량 코인’을 무더기로 정리하면서 더욱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거래소의 일방적인 상폐 조치가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업비트에서 퇴출을 당하게 된 피카 코인 발행사 피카 프로젝트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거래 지원 종료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퀴즈톡도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피카 측이 업비트가 상장 과정에서 사실상 ‘상장 대가’를 요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자, 업비트는 ‘허위 사실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 대응하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허 분쟁까지 불거지는 모양새다. 서울외국어대 대학원 산학협력단은 지난 18일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암호화폐 전자지갑 시스템 관련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특허권 침해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특금법에 따른 자금세탁 행위 방지 의무를 위해 사용하는 기술이 특허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빗썸, 코빗, 코인원에도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송을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거래소들은 “특허 출원 이전부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며 특허를 침해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