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키우겠다는데…“회원사 뺏길라” 시설물유지관리協 ‘반발’

by강신우 기자
2020.10.04 06:00:00

시설물유지관리업 사실상 ‘폐지’
협회, 공익감사 이어 ‘헌법소원’
“건산법 개정으로 존치시 불리”
“협회 존치 걱정뿐”이란 비판도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이하 시설물협회)가 지난 달 1일 감사원에 국토교통부 공익감사를 청구한 데 이어 ‘헌법소원’이란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 태세여서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건설업종을 개편하면서 시설물유지관리업을 폐지하고 전문건설업이나 종합건설업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달 16일 입법예고 하면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설물협회는 시설물유지관리업을 폐지하는 내용의 건산법 시행령 개정안이 헌법과 법률에 반하는 ‘위헌’이라고 보고 최근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헌법소원’ 여부를 의뢰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일 감사원에 국토부 대상 공익감사를 청구한 데 이은 후속조치다.

◇시설물협회가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에 반대하는 것은 시설물안전법과 건산법은 입법 목적이나 취지가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1995년1월 시설물안전법에 의해 특수한 목적을 갖고 탄생한 시설물유지관리업을 건산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타업종으로 전환하는 것은 모법의 제정 목적을 위반한 것이라는 게 주장하면서다.

시설물협회의 이 같은 주장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의뢰한 내용으로 시설물유지관리업을 폐지하는 건산법 시행령 개정은 헌법과 법률에 반하는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시설물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들은) ‘업종이 없어지면 어디 가서 뭘 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하는 상황이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은 존치시켜야 한다”며 “법령 개정을 강행하면 헌법소원과 함께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토교통부와 학계 등에서는 이 같은 시설물협회의 주장이 협회 존치를 위한 우려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8년 건산법이 개정되면서 시설물유지관리업 면허에 대한 실익이 없어졌고 이를 시설물업계에서도 알고 있다. 입법예고 전 이미 업계와 간담회 등 소통을 충분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는 사실 업종의 존속을 존재 이유로 하기 때문에 존치문제에 대한 우려가 클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시설물유지관리업은 복수공종과 유지보수공사를 업역으로 하기 때문에 발주자가 유지관리 공사를 ‘시설물유지관리업’으로 발주시 타업종 참여가 제한돼 업역이 보호돼 왔다.

(자료=국토교통부)
그러나 2018년 건산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종합·전문업체 모두 시설물 유지관리 업체가 수행 중인 업역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시설물유지관리업을 별도의 업역이나 업종으로 남겨둘 실익이 없어졌다. 시설물업을 지금처럼 존치하면 시설물업체는 종합 및 1개 공종 건축 유지보수 공사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설물유지관리업은 면허가 독특한 데 흔히 전문업이라고 하면 공종별로 면허가 있어야 하지만 시설물유지관리업은 ‘만능면허’처럼 사용돼 왔다”며 “이를테면 1번 토공, 2번 포장 등 28번 난방시공까지 면허가 있는데 시설물유지관리는 이 모든 것을 다 아우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한 분야에서 열심히 해온 업자들간의 다툼이 있어왔다”고 했다.

국토부는 기존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전문성은 한층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지보수 공사의 분야별 전문성 제고를 위해 내년부터 신축 공사실적과 구분해 유지보수의 세부공종별 실적을 관리하기로 했다. 유지보수 공사의 실적을 건설산업 종합정보센터(키스콘)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자료=국토교통부)
이로써 앞으로 발주자는 분야별 유지보수 실적을 고려해 건설업체를 폭넓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결국 시설물유지관리도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이고 전문성이 축적된 업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인정하고 자격과 경험을 모두 축적, 데이터화, 체계화해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이 전문 대업종과 통합되면 기존 축적해온 신기술·특허가 사장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기존 신기술이나 특허는 업종 개편 후에도 입찰조건 등으로 제한할 수 있고 신기술·특허 사용료 수입은 개별 업체가 소유하는 것으로 업종 전환과 관계없이 기존과 동일하게 운영된다”고 했다. 이어 “업역규제 폐지로 업계·업체간 기술력 경쟁이 확대되고 신규-유지 보수 분야 융합으로 신기술 개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