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떼고 ‘신일전자’로… “‘선풍기명가’서 ‘국내 3위 종합가전社’ 도약”

by김정유 기자
2019.05.08 05:00:00

정윤석 신일산업 대표 인터뷰
‘선풍기업체’로 굳어진 이미지, 사명·CI 변경 등으로 변화꾀해
올해 매출 2000억·일반가전매출 500억 목표, 프리미엄化 추진도
신제품 개발·유통망 개척 총력, 업소용 렌털사업도 검토 중

정윤석 신일산업 대표이사가 서울 영등포 사무실에서 자사 선풍기 제품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삼성전자·LG전자 등 타 가전 대기업들처럼 사명에 ‘전자’라는 단어를 붙여 ‘신일전자’로 경영해나갈 계획입니다. 국내 3위 종합가전업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익숙한 이름으로 다가간다는 전략이죠. 올해 연매출 2000억원, 계절가전을 제외한 일반가전 매출 500억원을 달성하는 등 매년 차근차근 성장계단을 밟아갈 생각입니다.”

7일 서울시 영등포구 신일산업(002700)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이 회사 정윤석 대표는 “그간 신일산업은 선풍기 등 계절가전 회사로 알려져 왔는데, 창립60주년을 맞은 현 시점부터는 신일이란 브랜드를 키워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종합가전업체로 자리잡고 싶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신일산업은 1959년 설립된 중소 가전업체다. 1964년 독자 개발한 모터를 기반으로 선풍기 대량 판매를 시작하면서 국내 대표 선풍기 제조업체로 자리잡았다. 현재도 국내 선풍기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 중이다. 신일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1687억원, 영업이익은 147억원이다.

토종 가전업체로 계절가전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가던 이 회사는 2014년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 인해 위기를 겪기도 했다. 적대적 M&A로 인해 역량이 분산되면서 2015년엔 적자까지 기록하는 등 휘청였다. 하지만 3년여만에 적대적 M&A 시도가 무산되고 정 대표가 지난해 구원등판하면서 회사는 빠르게 안정감을 찾아갔다. 실적 측면에서도 지난해 신일산업 창사 이래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는 “신일산업의 갈 길은 멀다”며 거듭 강조했다. 신일산업이 선풍기 등 계절가전만이 아닌, 종합가전기업으로 존재감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게 그의 욕심이다. 정 대표는 “과거 한때 신일산업은 세탁기, 냉장고를 개발하는 등 종합가전업체로의 방향성은 있었지만 지속성이 없었다”며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계절가전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다보니 이제 신일산업은 ‘선풍기 회사’로 이미지가 굳어져버렸다. 이런 소비자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석 신일산업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를 위해 정 대표는 신일산업이란 사명에서 ‘산업’을 떼고 ‘전자’를 붙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미 일부 광고판엔 시범적으로 신일전자로 사명을 노출 중이다. 정 대표는 “‘산업’이란 단어를 바꾸기 위해 여러 외국 명칭을 사용하려다가 결국 삼성·LG 등 국내 대표 대기업들이 붙인 ‘전자’를 사명에 붙이기로 했다”며 “종합가전업체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소비자에게도 익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창립60주년을 맞은 신일산업은 최근 새로운 기업이미지(CI)를 선보이고 배우 한고은을 내세운 기업 광고를 시작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종합가전업체 도약을 위한 이미지 제고 차원이다. 더불어 기존 저렴한 다품종 가전제품에 매진했던 회사 제품개발·영업 방향도 점차 프리미엄 제품군 위주로 바꿔갈 방침이다. 바뀌지 않으면 치열한 가전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정 대표의 판단이 작용했다.



그는 “2008년에만 해도 저가 중국산과 경쟁하기 위해 다품종으로 저렴한 제품군을 공급받아 판매해왔는데 이제 직원들에게 ‘무의미한 품목 수 늘리는 것 그만둬라’라고 얘기했다”며 “이젠 연구와 기획력을 투입해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자고 주문했고 올해부턴 의미있는 제품들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일산업은 이미 지난달 말 공기청정과 서큘레이터 기능을 접목한 제품을 출시했다. 국내 가전업계 최초다. 또한 창립60주년 기념으로 인하대학교와 공동연구한 프리미엄 선풍기도 준비 중이다. 정 대표는 이 같은 프리미엄 제품군을 연내 지속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60주년 기념 선풍기는 6000대 한정으로 출시할 계획”이라며 “제품개발 방식도 우리가 디자인·기술을 만들면 중국 현지업체들이 제조를 맡는 등으로 네트워크를 강화한 방향으로 갈 계획이다. 중소기업 비장에서 품질은 유지하면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전략”이라고 언급했다.

정 대표는 향후 3년간 신일산업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신제품 개발과 홈쇼핑, 백화점, 양판점 등으로 유통채널이 다변화되면서 회사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인구가 점차 줄고 있는 가운데 가전시장의 성장세도 지속적으로 가긴 힘들겠지만 신일산업이 프리미엄 제품 개발과 유통망만 잘 개척한다면 3년 정도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가전업체들의 주된 선택지인 렌털시장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정 대표가 생각 중인 방향은 ‘기업간거래(B2B)형 렌털’이다. 그는 “이미 2014년에 렌털사업 하기 위해 정수기를 내놓으려고 했지만 적대적 M&A 사건 때문에 금융권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결국 접게 됐다”며 “우선 회사의 체질을 바꿔놓은 후 가정용이 아닌 업소용(B2B) 렌털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지금 렌털 관련 제품 1~2개 개발에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신일산업의 창립60주년에 많은 의미를 두면서 향후 60년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60주년이 됐지만 그간 신일산업의 가치를 고객들에게 잘 보여주지 못해 아쉽지만, 올해부터가 우리의 새로운 1년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그간 미미했던 수출 비중도 조금씩 확대해 최대 30%까지 늘리는 등 다각도로 시장 신뢰도를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김다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