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신산업 키우려면…"전기요금 현실화하고 송배전 분리해야"

by최훈길 기자
2019.02.08 00:00:00

[인터뷰]실리콘밸리 진출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글로벌 기준 맞출수록 신산업 커질 수 있어”
“전기료 원가연동제, 한전 배전망 공유 필요”
“기름 한방울 없는 韓, 신재생·신산업 속도내야”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사진=최훈길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발전원가에 맞게 전기요금을 현실화 했으면 합니다. 한전의 송배전을 별도 서비스로 분리해 분산전원 사업자도 송배전망을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는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에너지 신산업 애로사항’에 대해 묻자 이같이 말했다. 그리드위즈는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효율화 분야에 진출한 에너지관리 기업이다. 2013년 자본금 5억원으로 시작해 3년도 안 돼 연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김 대표는 2016년에 크로커스 에너지를 창업해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진출했다. 문재인정부가 육성하고자 하는 이른바 에너지 혁신기업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온 셈이다.

김 대표가 밝힌 전기요금과 한전 독점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더불어민주당은 원가 부담이 높아지는데도 문재인정부 임기 말인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처럼 한 나라의 전기 판매, 송·배전을 수십년 간 독점한 시스템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노조 반발, 민영화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독점을 해소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국내 상황은 해외와 대조된다.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선 판매시장이 개방돼 있다. 한전과 같은 전력회사들이 서비스 경쟁을 한다. 소비자들은 각자에게 맞는 전력회사, 전기요금 형태를 골라서 쓴다. 핸드폰과 연동된 스마트미터(스마트 전력 계량기)를 통해 ‘요금 폭탄’을 막아주는 에너지관리 회사도 잇따라 창업하고 있다. 기계식 계량기를 사용하는 한국과 다른 상황인 셈이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한국도 이제는 글로벌시장을 보고 기준을 맞췄으면 한다”며 에너지 신산업을 위한 개혁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배터리, 수요관리(DR), 태양광, 전기차 산업이 발전하려고 해도 전기요금이 너무 저렴하면 수요가 없어 서비스가 죽어 버린다”며 “신산업 에너지 서비스가 나오려면 전기요금이 현실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대표는 전기요금 원가연동제(연료비연동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가연동제는 원료 가격에 따라 요금이 연동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가스요금, 지역난방비는 원가에 따라 요금이 변동되지만 전기요금은 그렇지 않다. 김 대표는 “한국은 정부가 가격을 컨트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은 시장 상황에 따라 전기요금이 변한다”며 “이런 가격결정 구조 때문에 시장 논리에 따른 에너지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신재생을 키우려면 한전이 가진 독점적 배전망을 공유자산처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재생 발전을 확대하려면 배전망이 받쳐줘야 한다. 지금은 한전이 배전망을 독점하고 있다. 한전이 ‘오케이’ 사인을 해주지 않으면 배전망을 쓸 수 없다”며 “미국처럼 송전 사업자와 배전 사업자를 분리하고 망을 공유하면 여러 전력서비스 사업자가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에너지 신산업은 세계시장이 넓은 데다 우리만의 기술이 있으면 수출이 가능한 분야”라며 실리콘밸리 등 해외 진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기차를 비롯해 전기를 사용한 신산업이 시대적인 대세가 되고 있다”며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에선 신재생, 신산업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빨리 갈수록 국제기준에 맞출수록 전세계 신산업 분야의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보다 햇볕 등 일조량이 안 좋은 독일, 네덜란드에서도 신재생, 신산업을 우리보다 더 많이 하고 있다. 신재생, 신산업에 대한 의식이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인천)에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이 있는데 한국의 석탄화력 발전량이 가장 많은 건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는 지구 환경, 인류 미래, 미세먼지를 고려한 에너지 신산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는 LNG, 신재생 비중이 높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의 발전소 발전량 비율을 에너지원별로 분류한 것이다. 신재생 발전 비율은 태양광 11.79%, 풍력 6.24%, 지열 5.69%, 소수력 3.11%, 바이오매스 2.82%를 더한 것이다. 미국은 값싸고 풍부한 셰일 가스가 많아 LNG 발전 비중이 높다. 위 발전량은 캘리포니아 밖에서 수입해온 전력(8만5703Gwh)은 제외한 규모다. 단위=%, GWh.[출처=캘리포니아 에너지 규제위원회(California Energy Commission·CEC)]
한국은 석탄발전 비중이 가장 높다. 지난해 한국의 발전소 발전량 비율을 에너지원별로 분류한 것이다. 한국은 석탄 화력, 원자력의 발전 비중이 LNG, 신재생, 수력보다 많다. 단위=%, GWh.[출처=한전 전력통계속보 2018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