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트남 FTA로 4년새 농·축산물 교역 큰 폭 증가

by김형욱 기자
2018.12.23 06:00:00

KREI, 중.베트남 FTA 발효 4년 농·축산물 교역 동향 분석
베트남산 수입 4년새 2배 넘게 늘어…수출 역시 1.5배↑
관세철폐율 낮은 中 농·축산물 교역액은 소폭 증가 그쳐

베트남산 농·축산물 수입액 동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과 베트남(아세안)이 4년 전 맺은 자유무역협정(FTA)과 그에 따른 관세 철폐로 농·축산물 교역액이 큰 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비슷한 시기 중국과도 FTA를 체결했으나 낮은 관세철페율로 농·축산물 교역액 증가는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한·중, 한·베트남 FTA 발효 4년, 농축산물 교역 동향’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올해 베트남 농·축산물 수입액은 14억7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34.4%, FTA 발효 전보다 125.9% 증가했다. FTA 효과로 수입액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베트남산 농·축산물 수입 과정에서의 FTA 특혜관세 활용률도 87.4%에 이르렀다.

곡물, 과일, 채소, 축산물 등 전 부문에서 수입이 큰 폭 늘었다. 특히 FTA 발효 전에는 거의 수입되지 않던 바나나, 망고, 레몬, 자몽 등 과일 수입이 빠르게 늘었다.

우리 농·축산물의 대 베트남 수출 역시 큰 폭 늘었다. 올해 수출액은 4억5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9.6%, FTA 발효 전보다 52.6% 증가했다. 베트남산의 수입 증가 폭에는 못 미쳤으나 역시 1.5배 이상 늘었다. 특히 배와 포도, 딸기 등 과일은 사실상 FTA 발효 후부터 수출이 시작됐다. 특혜관세 활용률도 37.6%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2대 농·축산물 교역국이지만 한중 FTA에 따른 변화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올해 중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46억3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로 지난해보다 4.2% 늘었고 발효 이전보다는 5.6%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이행 첫 3년까진 큰 변화가 없다가 올 들어서야 소폭 늘었다. 쌀 같은 곡물 수입은 오히려 줄었다. 중국산 농축산물의 FTA 특혜관세 활용률도 70.1%로 베트남보다 낮았다.

우리 농축산물의 대 중국 수출액 역시 11억1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2.7%, 발효 이전보단 16.7% 증가하는 데 그쳤다. FTA 특혜관세 활용률은 44.2%였다.

중국산 농·축산물의 국내 유입 우려에 관세철폐율 자체가 낮았던데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이어진 사드 갈등으로 농·축산물뿐 아니라 전 부문의 교역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산 도라지나 맥주 수입과 한국산 라면, 홍삼 조제품 수출 등 일부 품목의 교역은 큰 폭 증가했다.

KREI는 보고서를 통해 “FTA 체결에 따른 농산물 교역 성장은 국내 농산물 수요를 잠식하지만 우리 농산물 수출 확대의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며 “아직 우리나라의 수출 특혜관세 활용률이 낮은 수준인 만큼 이를 높여 그 효과를 충분히 누려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 베트남 농·축산물 수출액 동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