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임종헌, 오늘 첫재판…판사들 증언대 서나

by한광범 기자
2018.12.10 04:00:00

공판준비기일…피고인 출석의무 없이 임종헌 출석 불확실
변호인 통해 혐의 관련 입장 밝힐듯…혐의 전면 부인 전망
''윗선 수사'' 檢, 기록제출 연기로 본격 심리 늦어질 수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0월 28일 구속 이후 처음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사법농단 핵심 인물로 구속기소된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첫 재판이 10일 열린다. 피고인의 출석의무가 없는 준비 절차 재판이라 임 전 차장의 출석 여부는 불확실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임 전 차장 사건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공판준비기일은 공판에 앞서 증거신청 등 심리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으로 공판기일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의무가 없다. 이에 따라 임 전 차장의 출석 여부는 본인의 의사에 달렸다.

이날 재판에선 임 전 차장 측이 처음으로 자신의 혐의에 대해 공개적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임 전 차장은 지난 10월27일 구속 이후 검찰의 출석요구에 응하면서도 묵비권을 행사해왔다.

앞서 임 전 차장 변호인인 황정근 변호사(소백)는 임 전 차장 구속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사법행정권의 일탈ㆍ남용일지언정 법리상 직권남용죄의 성립에는 의문이 있다“고 밝혀 추후 치열한 법정 혈투를 예고했다.

통상적으로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한 동의 여부를 밝히기 위해선 대략적으로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게 된다. 이 같은 혐의 인정 여부를 토대로 부인하는 혐의와 관련된 검찰 증거들에 대해 증거 사용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변호인의 핵심 변론방법 중 하나다.

임 전 차장 측이 검찰 증거에 어느 정도 동의하느냐에 따라 사법농단 관련 판사들의 증인 숫자도 판가름 나게 된다. 검찰은 사법농단과 관련해 피의자와 참고인 신분으로 전직 대법관 다수를 포함해 100여명의 판사들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들에 대한 검찰 조서를 증거로 제출한 상황에서 임 전 차장 측이 이들 조서 중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에 대해선 증거 사용에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검찰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해당 조서의 진술자인 판사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게 된다. 임 전 차장 측이 혐의 대부분을 강력히 부인하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수십 명의 현직 판사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법원행정처의 사법농단 문건과 관련해 “문건 작성은 심의관들이 알아서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작성했다”는 심의관 출신 판사들의 진술과 배치된다. 경우에 따라선 임 전 차장과 후배 판사들 사이에 법정에서의 진실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검찰의 수사기록 제출 지연으로 본 공판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현재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윗선인 대법관들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재청구 의지를 밝히고 있다.

검찰이 이들 윗선에 대한 수사를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 기밀‘을 이유로 증거 제출을 미룬다면 재판 역시 지연이 불가피하다. 임 전 차장에 대한 본격적인 공판은 검찰이 공범으로 지목한 윗선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기 이전엔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검찰은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도 첫 구속기소 피고인 사건에서 공범 수사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3개월 이상 미룬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