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원희룡 “與, 참여정부처럼 몰락하지 않고 기회 있을 것”

by김성곤 기자
2016.05.30 06:00:01

“정치논리가 경제 압도하는 남미식에 국민 불안”
“與, 시대적 과제 해법 찾으며 기회 만들어야”
“세대교체, 시간 흐름 속에서 자연적으로 이뤄질 것”
“반대집단 설득하고 타협하는 공존·협치 중요”

원희룡 제주지사는 23일 서울 여의도 제주도 서울본부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행정은 반대집단을 설득하고 타협하는 공존 내지 협치가 중요하다. 이를 일상화하지 않고는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내걸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됐지, 안 내걸었으면 대통령이 됐겠나.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는 국가적 과제다. 다만 뿔을 취하기 위해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의 상황이 오면 안 된다.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는 남미식으로 가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불안해 한다. 소위 운동권식 정치논리로 경제를 요구하면 곧바로 국민들이 균형을 잡을 것이다. ”

원희룡 제주지사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더불어 여권을 대표하는 차차기 대선 주자다. 여권을 대표하는 소장파 정치인이었다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로 화려하게 변신한 후 제주도정에 전념하고 있다. 20대 총선 참패 이후 여권의 차기 주자 구인난 속에서 반기문 대망론과 더불어 조기등판론이 불거질 만큼 앞으로 정치적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데일리는 원희룡 지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권 쇄신, 차기 대선 전망, 정치권 세대교체 등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제주도 서울본부와 2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포럼 행사장에서 두 차례로 나눠 이뤄졌다.

우선 20대 총선 참패 이후 여권의 모습이 참여정부 말기 열린우리당이 몰락하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지적에 원 지사는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이야기”라고 신중하게 접근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은 대다수 국민들이 친노에 등을 돌리고 진절머리를 쳤던 점에 대해 성찰하기를 거부하면서 그 후에 길이 안 열렸다”고 분석하면서 “새누리당은 국민들이 주문하는 변화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나라 발전과 국민들의 삶을 위해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나갈 지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해나간다면 왜 길이 없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안 밟을 것인가는 지금 시험대에 서있는 사람들의 집단적인 반성과 미래를 향한 발전적 논의가 있느냐 없느냐가 근본”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쇄신·혁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에는 “국민 다수가 변화를 원하는데 현 시점은 주도할 것인가와 끌려갈 것인가의 갈림길”이라면서 “인색하게 인정하면 주도가 불가능하다. 전반적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일반적인 틀을 뛰어넘을 때 주도권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그렇다고 깜짝쇼를 하라는 게 아니다”면서 “상대적으로 파격적이면 얼마든지 길을 열고 주도해나갈 수 있다. 임기 마지막까지는 누가 뭐래도 박 대통령이 대한민국 최고 책임자다. 잘 풀어내는 모습을 국민들은 바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총선 이후 야권 우위의 차기 지형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은 틀림없지만 야당이 절대적 해법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원 지사는 “국민들이 새누리당에 대해 실망하고 비판하는 동시에 야당에게 기회를 줘야겠다는 것은 모두 상대적인 이야기”라면서 “결국 민생 문제와 시대적 과제를 자기 문제로 끌어안고 해법을 찾아 실행해가는 체제를 만드는 데서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과거 새누리당의 개혁적 보수를 상징했던 이른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주도세력으로 나서 과거 40대 기수론과 마찬가지로 개혁의 주도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세대교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 세대 자체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왜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면서 야당을 기적적으로 살려냈느냐.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점에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점수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지사는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경제성장률을 올려야 일자리가 늘고 복지가 된다고 주장하는데 근본적으로 맞지만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수동적으로 끌려가게 된다”며 “경제성장과 복지국가, 합의에 기초한 민주주의를 융합시켜서 갈 수 있는지에 대해 보수도 종합적인 노선을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진용을 짜서 개편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른바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세대의 전면 등장으로 한국정치가 변화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앞으로 가봐야 아는 거지만 달라져야 한다”며 “야당 민주화 세대와 여당의 젊은세대가 양극단을 배제하고 합의를 많이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원 지사는 여의도 정치에서 벗어나 광역단체장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소회도 털어놓았다. 원 지사의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는 민선 5기에 비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비결은 뭘까? 정답은 공존과 협치였다.

원 지사는 “여의도 정치는 진영이 있고 상대방 비판을 통해 정당성을 살릴 수 있지만 행정은 책임을 전가할 집단이 없다.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을 원망하거나 반대집단의 탓으로 책임을 돌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가 국회의원과 다른 점”이라면서 “반대집단을 설득하고 타협하는 공존 내지 협치가 중요하다. 이를 일상화하지 않고는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차기 대선 출마를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제주도정에 충실하는 게 저의 역할”이라면서 “제주도의 변화를 통해서 대한민국 미래의 창을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도가 낳은 천재로 유명하다. 학력고사 수석, 서울대 법대 수석입학, 사법고시 수석합격 등의 이력 때문이다. 서울대 재학 시절 노동운동에 투신했다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 검사로 활동했다. 16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을 지냈다. 원조 소장파로 활동하며 당의 개혁을 견인했으며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및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서기도 했다.

△1964년 제주도 서귀포 출생 △서울대 공법학과 졸업 △제34회 사법시험 △서울·여주·부산지검 검사 △제 16·17·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 새누리당 사무총장·최고위원 △제37대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