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한파 주의보'

by정수영 기자
2015.11.30 05:30:00

아파트값 상승폭 갈수록 둔화
이번 달 거래량도 줄어들 듯
"단기간 가격 급등에 매매 꺼려"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단기간에 가격이 많이 오른데다 내년 집값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매물이 계속 쌓이면 가격도 곧 조정을 받을 것 같다.”

서울 강북구 길음동 L공인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오른 가격 부담감에 매수자들이 매매를 꺼리고 있다”며 “단기간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미국발 금리 인상 및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우려감이 겹쳐진 결과”라고 풀이했다.

부동산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최근 1년간 숨 가쁘게 달려왔던 집값 상승세가 겨울 비수기와 맞물리면서 한 템포 느려지기 시작했다. 초읽기에 들어간 미국발 금리 인상과 가계 대출 규제 시행 등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주택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간 이유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은 이달 들어 3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했다. 이달 첫 주까지만 해도 전주에 비해 0.14% 올랐지만, 이후 상승폭이 0.11%, 0.09%, 0.08%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아파트 거래량도 줄고 있다. 서울의 경우 이달 들어 27일 현재 총 9281건이 거래돼 지난달(1만 1670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3단지 전용면적 70㎡짜리 아파트는 지난달 최고 6억 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6억 2500만원 선에 나온 매물도 팔리지 않고 있다. 노원구 월계동 미성 아파트 전용면적 50㎡도 2억 6000만원에서 2억 5500만원으로 최근 2주새 500만원 정도 떨어졌다.

지방은 빠른 속도로 시장이 소강 국면으로 진입한 양상이다. 충청권과 경북, 세종시 아파트값은 이달 들어 하락하기 시작했고, 2분기 연속 분양아파트 계약률이 100%인 대구에서도 달성군은 2주 연속 아파트값이 떨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방은 호황기를 넘어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대구 수성구 칠성동 C공인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주도층이 실수요에서 투자수요로 바뀌면서 새 아파트 분양권을 사고팔아 단기 차익을 사려는 사람들만 수두룩하다”며 “새 아파트 분양이 계속되면서 1년 전에 나온 분양권 매물도 재고주택 취급 당할 정도로 거래가 안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동현 하나은행 행복자산자문센터장은 “현재 나타나는 숨 고르기 상태가 장기화하면 지역별 시장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가계대출 규제완화, 미국금리인상 등이 내년 상반기 시장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