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업공개(IPO) 유치가 능사 아니다

by임성영 기자
2015.07.16 05:00:00

[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코스닥시장이 연초 이후 랠리를 지속하면서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새내기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올초 기업공개(IPO) 시장 활성화를 약속한 한국거래소는 하반기에만 80개가 넘는 기업을 상장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일반 투자자는 돈을 맡겨봐야 1% 남짓한 이자밖에 안주는 은행에 맡겨두느니 용돈 벌이라도 하겠다며 공모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저금리시대 IPO 시장은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중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IPO 시장이지만 안전장치에 대해선 누구 하나 자신하지 못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IPO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면 장기적으로 국내 주식시장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 상장심사 체계에 대해선 우려하고 있다. 올 신규 상장사수를 목표로 정해놓고 전국을 돌며 상장을 유도하는 거래소가 양적인 확장에만 집중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탓이다.

상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 기업이 주식을 공개 매각해 투자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은행 대출이 아니므로 금융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기회가 되면 상장을 꿈꾼다. 투자자도 기업 성장에 따른 과실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를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에 대한 검증은 철저해야 한다. 성장이 멈춘 기업의 경영자가 상장을 통해 ‘먹튀’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새내기 상장사 최대주주가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자마자 지분을 매각하고 해당 회사 성장을 멈추는 경우도 종종 목격됐다. 일률적인 상장 조건을 맞추기 위해 미래 수익을 끌어온 탓에 상장 2년차 때 실적이 망가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7월 상장한 트루윈은 상장 이후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탔다. 상장 첫날 최고가 1만750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이날 기준 7150원까지 흘러내린 상태. 공모가 1만500원 기준으로도 30% 이상 하락했다. 트루윈은 상장 직후 매출 감소와 함께 영업손실을 내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트루윈의 실적 부진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2년말 코스닥에 입성한 우리로도 상장 후 실적이 고꾸라지면서 주가도 하락했다. 상장 이듬해인 2013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상장 요건을 달성하고 미래 성장을 위해 IPO를 준비하는 기업이 많다면 우리 경제가 그만큼 탄탄하다는 뜻이니 반길 만하다. 하지만 거래소가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준비가 덜 된 기업을 시장으로 내몰았을 때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 된다. 시중자금이 몰릴 때일수록 철저한 상장 심사를 통해 유망한 기업이 상장하도록 돕는 것이 거래소 역할임을 다시 한번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