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 비만약 시장에 제약사들 도전장

by천승현 기자
2013.04.07 07:48:38

일동·종근당·한미 등 새 치료제 막바지 임상시험 중
내년 이후 상용화 전망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뚜렷한 1등 제품이 없는 비만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제약업체들이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비만체료제 시장은 한 때 식욕을 억제하는 ‘시부트라민’ 제제가 가장 많이 팔렸지만 지난 2010년 심혈관 부작용 위험성을 이유로 퇴출됐다. 1등 제품이 퇴출되면서 비만약 시장 규모도 함께 위축됐다. 지난해 먹는 비만약 시장 규모는 500억원대로 시부트라민이 퇴출되기 전인 2009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식욕 억제제 대신 현재 향정신성성의약품과 지방흡수억제제가 일부 환자들에게 비만 치료 용도로 사용중이지만 해당 약물의 한계 때문에 많은 인기를 얻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제약사들은 ‘무주공산(無主空山)’과 다름없는 비만치료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다양한 신약 후보군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일동제약(000230)은 지난달 말 비만치료제 ‘벨비크’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미국 아레나제약이 개발한 벨비크는 미국 식품의약품국(FDA)로부터 13년만에 체중조절제로 허가받은 약물이다.

이 제품은 뇌에 존재하는 ‘세로토닌 2C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포만감을 증대, 더 적은 양의 음식 섭취를 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가 있다. 일동제약이 아레나와의 계약으로 국내 독점 판권을 확보하고 국내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발매가 예상된다.



국내업체가 자체개발한 비만치료제도 상용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종근당(001630)이 개발중인 ‘CKD-732’는 차세대 비만약으로 각광받는 약물이다. 당초 항암제로 개발중이던 CKD-732는 지난 2009년 비만치료 효과가 발견되면서 미국 자프겐사에 기술 수출됐다. 최근 호주에서 임상1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현재 임상2상시험을 진행중이다.

CKD-732는 체내에 있는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토록 하면서 살을 빼는 역할을 한다. 임상1상시험 결과 고도비만 환자에서 1개월에 평균 4kg의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이 제품이 시판 허가를 받으면 종근당은 자프겐사와 공동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한미약품(128940)은 식물 잎을 활용해 비만약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업체 안지오랩으로부터 도입한 ‘ALS-L1023’은 유럽 및 지중해 근처에 서식하는 멜리사 잎에서 추출한 약물이다.

이 제품을 비만환자에 12주간 투여한 결과 내장 지방이 15% 감소하는 효과가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됐다. 현재 상업화의 마지막 관문인 임상3상시험 단계가 진행중이다. 특히 이 약물은 천연물신약이라는 점에서 부작용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조정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현재 사용중인 비만치료제는 장기 사용에 대한 안전성이 확립이 되지 않았다”면서 “비만약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부작용 가능성을 최소화한 안전한 약물이 등장한다면 관련 시장은 예전처럼 확대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