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 들어보니.."힘 실어줘야" vs "소통방식 문제"

by박수익 기자
2013.02.12 07:00:28

朴 당선인 전통 지지층 변함없는 신뢰
인사난맥·소통 우려.. 복지공약 논란도

[이데일리 편집국] 새정부 출범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 지지도가 대선득표율보다 낮은 48%로 추락했다. 이를 반영하듯 민족 최대명절인 설 연휴기간 여론도 기대 못지 않은 우려가 고스란히 나타났다. 박 당선인의 출발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데일리 편집국 기자들이 연휴 기간 들어본 전국 각계·각층의 민심을 모아봤다.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영남·중장년층에서는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불통’ 논란 등에도 불구,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서울 중곡동의 김종철씨(87·남) “아버지 곁에서 한국 경제발전 과정을 고스란히 봤던 박근혜 당선인이라면 우리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투표에 의해 선출된 만큼 왈가왈부하기 보다는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줘야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에 거주하는 최모씨(62·여)도 “박 당선인이 공약을 안 지킨 적은 없다”며 “서민중심의 정책을 잘해 나갈 것으로 본다. 야당이 됐으면 북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50대 중반의 서울 망우동 주민은 “정치를 오래해서 그런지 안정된 느낌이 든다”며 “자라온 환경과 그동안의 행보를 볼때 지금까지 정부 가운데 혈연·지연·학연 등에서 가장 독립적인 정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사상 유례없는 새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에 이어 조각(組閣) 지연 등 계속되는 인사난맥상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박모씨(65·남)는 “보수 중에서도 근면성실한 보수가 많은데 처음부터 잘 못 앉혀서 진보쪽 젊은층에 신뢰를 잃었다”며 “그냥 실수가 아니라 큰 잘못을 했다. 비등비등하게 대통령에 당선된 이상 상대도 인정할 만한 사람을 앉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충남 천안의 대기업에 근무하는 조윤성(39·남)씨는 “총리 후보자가 자진 낙마한 것을 보면 박 당선인의 주변 인물들도 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소통방식을 보면 앞으로 5년 임기동안 민심을 잘 읽고 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 정말로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박 당선인에 대한 지지도가 낮은 호남의 분위기는 더욱 냉랭했다. 전남 여수의 재래시장에서 일하는 김모(57)씨는 “첫 시작부터 삐걱거릴 줄 알았다. 기대도 안했다”고 말했고, 전북 군산의 도서관에 근무하는 정모(60)씨도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시작부터 이렇게 못하면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냐”고 지적했다.

설 연휴내내 계속됐던 한파보다 더 차가운 근심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보수와 진보의 총결집 속에 달아올랐던 선거도 두 달이 지나면서 국민들이 다시 일상 속에서 ‘먹고사는’ 문제와 부딪히고 있는 탓이다.

충북 단양에서 커텐가게를 운영하는 장모씨(58·여)는 “이곳에서 장사한 지 20년이 지낫지만 이번 설처럼 어려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벌이는 예전만 못하고 월세와 밥상 물가만 올라 힘들다”고 토로했다.

충남 출신으로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는 20대 여성 김미영씨도 “집에서는 결혼하라고 아우성이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지금 같은 시대에 결혼해서 애 낳으면 애한테 죄짓는 거라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온다”며 “어차피 누가 대통령을 하든 힘든 것 같다. 설 분위기가 전혀 안나고, 앞으로도 더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에 사는 30대 여성도 “대기업이나 설이라고 상여금 나오지, 우리 형편에 제사비 보태기도 마땅찮다”며 “총리후보도 그렇고 전부 나이많은 사람들이 당선인 주변에 있는데 ‘3포(취업·결혼·출산)세대인 우리 상황을 아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기초연금, 4대중증질환 보장 등 복지공약 수정 논란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도 많았다. 특히 박 당선인의 지지층이면서 복지 수혜대상인 60대 이상은 상당수가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모르는 분위기가 많았다.

충남 아산에서 농사를 짓는 박성문(66·남)씨는 “지난해부터 국민연금에서 20여만원을 받고 있는데 박 당선인의 공약으로 연금을 더 준다면 생활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산에 사는 공정순(60·여)씨는 “기초연금 20만원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주변사람들이 무척 많다”며 “암 같은 질병도 정부에서 다 해준다고 알고 있었는데, 만약 사실이 아니면 실망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