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朴 "예산구조조정" VS 文 "부자감세 철폐"
by박수익 기자
2012.12.18 06:30:53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요람에서 무덤까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모두 복지 확대를 공약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0~5세 무상보육, 고교 무상교육, 반값등록금,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노령연금 확대 등을 공통적으로 공언한다. 문제는 돈이다.
두 후보 측은 대선을 열흘 정도 남겨두고서야 나란히 전체적인 복지정책에 들어갈 재원 계획안을 내놓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재원조달의 우선 순위다. 박 후보는 예산절감과 세출(稅出)구조조정, 문 후보는 부자 감세(減稅) 철폐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후보별 재원조달 방안과 함께 복지정책의 상징적 공약이라 할 수 있는 반값등록금,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필요한 계획, 주요 조세 이슈에 대해 극명하게 엇갈리는 양 양후보간 견해차를 살펴본다.[편집자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지난 11일 발표한 ‘나라살림 가계부’에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집권 5년간 총 134조5000억원(연평균 26조9000억원)의 추가 재원조달을 통해 131조4000억원(연평균 26조3000억원) 규모의 복지 공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 측 재원조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예산절감 및 세출구조조정이다. 재량지출의 7%(2013년 4조9000억원, 2014년부터 연평균 10조9000억원)를 일괄 축소해 48조5000억원을 조달하는 등 총 71조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고소득자영업자와 대기업 탈루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을 통한 세정강화로 28조5000억원, 비과세·감면 축소 등 세제개편으로 15조원을 마련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대주주 요건을 지분율 2%(현행 3%) 또는 시가총액 70억원(현행 100억원)으로 낮춰 금융소득 과세를 강화, 4조5000억원을 확보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외에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등 복지행정개혁과 공공부문개혁을 통해 15조6000억원을 추가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박 후보 측은 “나라곳간과 국민부담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며 “4대 재정개혁을 통해 국민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고 실현 가능한 방안”이라고 공언했다.
문 후보 측은 지난 8일 발표한 대선공약집 ‘사람이 먼저인 대한민국, 국민과의 약속 119’를 통해 집권 5년간 총 197조원의 추가재원조달을 통해 192조원 규모의 복지공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재원조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부자감세 철폐와 대기업·고소득층 증세를 담은 조세개혁(연평균 19조원, 총 95조원)이다. 우선 이명박 정부에서 22%로 낮아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과표 500억원 초과)로 높여 37조원을 조달한다. 또 비과세·조세감면제도를 정비하고, 현재 과세표준 3억원 초과에 적용되는 소득세 최고세율(38%)을 과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추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같은 조세개혁을 반영한 조세부담률은 21.6%(2017년 기준)이며,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이 없었다고 가정할때 추계되는 예상 조세부담률(22.5%)보다 낮다는게 문 후보 측 설명이다.
이 외에도 토건중심 대형국책사업 전면 재검토, 정부 출연·출자사업 구조조정 등 재정개혁으로 73조4000억원(연평균 14조7000억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등 복지개혁으로 28조9000억원(연평균 5조7000억원)의 추가 가용재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문 후보 측은 “재원조달 가운데 조세개혁을 통한 세입증가분만 예산 증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재정팽창이나 추가적 국가채무 증가 없이 시행가능한 적정 규모”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조세 정책 현안에 대해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부의 재분배와 복지수요 확충을 위해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지금보다 올려야 한다는 점에 대해 박 후보는 ‘재정개혁이 먼저’라며 유보적인 입장이다. 반면 문 후보는 소득세 최고세율(38%) 과표구간을 현행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조정, 담세(擔稅)능력에 따른 조세부담 원칙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법인세 감면도 마찬가지다. 박 후보는 국제 경쟁력을 고려해 증세에 반대한다는 입장이 뚜렷하다. 그러나 문 후보는 중소기업에는 부담을 지울수 없지만, 대기업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 이전 수준으로 원상회복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현행 과세표준 2억~200억원 이하(20%), 200억원 초과(22%)를 각각 2억~500억원(22%), 500억원 초과(25%)로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주택 양도소득세를 무겁게 부과하는 양도세 중과, 파생거래세 등에서도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다만 현행 4000만원인 금융소득과세 기준금액을 2000만원으로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선 양 후보가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반값등록금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복지분야의 상징적 공약이다. 서민 가계부와 밀접한 교육비, 의료비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 후보의 ‘선택적 복지’, 문 후보의 ‘보편적 복지’간 견해차이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분야다.
박 후보의 반값등록금정책은 소득수준을 10단계로 구분, 선별 지원하는 ‘소득 연계 맞춤형 국가장학금’제도다. 소득 하위 80%까지는 전액, 40%까지는 75%, 60%는 반값, 80%는 25%, 나머지는 학자금대출(ICL) 이용 순이다. 문 후보는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동일한 비율로 고지서에 찍혀나오는 명목등록금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2013년에는 국공립, 2014년까지 사립대까지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두 후보 모두 사실상 확정된 2013년 예산은 동일하게 출발하지만, 2014년부터는 계산법이 다르다. 박 후보는 매년 정부가 4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나머지는 대학자체 장학금확충(3조원), 등록금인하(1조) 등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국가 예산(4조원)만 놓고보면, 2013년 예산에서 연간 1조1000억원 가량이 더 필요한데, 이는 일반예산에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문 후보는 연간 정부가 5~6조원 수준을 투입하고, 대학이 3조원을 부담하는 방안이다. 2013년 예산 기준으로 3조원 내외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데, 박 후보와 달리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신설해 내국세의 6%~8.4%까지 연도별로 단계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역시 박 후보는 소득수준에 따라 10등급을 구분 최하위 계층(50만원)부터 최상위계층(500만원)까지 연간 상한금액을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또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을 4대 중증질환으로 선정하고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보장율을 100%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10등급 상한제를 위한 재원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박 후보측은 2013년까지 방안을 수립한다는 계획이고, 고소득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 시스템 개선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문 후보는 2017년까지 질병 종류에 관계없이 본인부담 연간 의료비 100만원제를 실시하고, 간병서비스도 건강보험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치과진료와 한방진료의 건강보험 적용도 확대키로 했다. 문 후보는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을 현재 근로소득에서 이자·배당·임대소득을 포함한 종합소득으로 전환하고, 건강보험료율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등 복지개혁을 통해 관련 재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필요시 가구당 월 평균 5000원 수준으로 건강보험로 납부액을 인상하면 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