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나흘만에 큰폭반등..스페인 긴축 `환영`

by이정훈 기자
2012.09.28 05:08:21

나스닥-S&P500, 1%대 상승..다우는 덜 올라
공포지수 15선 아래로..기술-에너지주, 반등주도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나흘만에 큰 폭으로 반등했다. 경제지표들이 엇갈렸지만, 스페인이 추가 긴축과 경제 개혁안을 공개하자 시장은 이를 환영하며 상승했다.

27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72.46포인트, 0.54% 상승한 1만3485.97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이보다 강해 42.90포인트, 1.39% 뛴 3136.60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일보다 13.83포인트, 0.96% 오른 1447.15를 기록해 다시 1450선에 바짝 다가섰다.

개장전 하루뒤 공개될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스페인 6대 은행들이 모두 합격될 것으로 알려진 것이 좋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반면 까스티야-라만차가 지방정부중 다섯 번째로 8억유로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요청한다는 소식은 부담이었다. 그리스에서는 연립정부내 3당이 115억유로 규모의 추가 긴축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시장심리를 개선시켰다.

미국에서는 경제지표 발표가 쏟아졌는데,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두 달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한 반면 2분기 GDP 성장률이 1.3%로 하향 조정됐고 내구재 주문도 3년반만에 최악의 수준을 기록하며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오후 들어 가장 관심을 모았던 스페인 정부의 예산안과 개혁안이 발표되며 지수를 반등시켰다. 스페인 정부는 400억유로에 이르는 추가 긴축과 재정적자 감축을 감독할 독립기구 설치 등을 약속했다.

이같은 소식에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VIX지수는 다시 15선 아래로 내려갔고, 유틸리티주가 부진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업종이 상승했다. 특히 그동안 하락세가 컸던 기술주와 에너지 관련주들이 일제히 반등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올해 매출 성장세를 상향 조정하면서 3% 가까이 상승했고, 휴렛-패커드(HP)는 제프리스가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내렸지만 오히려 1%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그동안 부진했던 애플도 오랜만에 2%대의 상승률로 주가 680선을 회복했다. 구글도 0.40% 올랐다.

나이키와 엑센추어, 리서치인모션(RIM) 등 장 마감 후 실적을 공개할 기업들이 일제히 상승했고,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공개했던 디스커버 파이낸셜서비스도 8% 가까이 급등했다. 매트리스 업체인 씰리는 라이벌인 템퍼-메딕이 인수하기로 하면서 2.34% 올랐고, 템퍼-메딕 역시 14% 이상 상승했다.

◇ 스페인, 58조원 추가긴축..독립기구서 감독

스페인이 내년 400억유로(원화 57조5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긴축을 추진키로 했다. 국민적 반발을 감안해 세금 인상보다 지출 삭감에 무게를 뒀고, 연금도 줄이지 않기로 했다. 또 경제 개혁을 위해 43개에 이르는 새로운 법안을 처리키로 하고 독립기구를 설치해 재정감축을 감독하기로 약속했다.

이날 소라야 산타마리아 데 사엔스 부총리는 내년도 예산안과 경제 개혁안을 논의한 내각회의를 끝낸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스페인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세금 인상보다는 재정지출을 삭감해 400억유로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감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재정지출 삭감을 통해 58%의 재원을 충당하고 나머지 42%는 세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당초 총선 공약을 지킨다는 명분하에 유럽연합(EU)이 요구했던 연금 삭감은 채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연금을 늘리기로 하고 장학기금과 부채 이자비용도 늘리기로 했다. 이 때문에 내년도 총 예산액 가운데 사회지출이 63.5%를 차지하게 됐다. 사엔스 부총리는 “이렇게 늘어나는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일부 국채 수요를 줄이기 위해 30억유로의 연금 유보금을 이전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독립적인 예산 감독기구를 설립해 유럽연합(EU)과 약속한 재정적자 감축은 물론이고 지방정부의 재정지출을 감독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6개월간 경제 개혁을 위해 43개의 새로운 법률안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스페인은 65세인 은퇴 연령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67세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견에서 크리스토발 몬토로 로메로 예산장관은 “스페인 경제는 내년에 완만한 경기 침체를 보일 것”이라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5% 후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그는 올해 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6.3%로 충족하고 내년에 이를 4.5%까지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 伊, 자금조달 한숨돌렸다..몬티 “추가긴축? 글쎄”

스페인에 대한 시장 불안이 커진 가운데서도 이탈리아의 중장기 국채 입찰이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시장도 이탈리아 우려가 크게 줄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도 추가 긴축과 국채매입 지원 요청에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 재무부는 입찰을 통해 5년과 10년만기 국채를 총 56억4500만유로(72억7000만달러) 규모로 발행했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발행 목표치 상단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 10억유로 규모로 6개월 유리보 금리에 연동하는 변동금리부 국채도 함께 발행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이날 입찰에서 5년만기 국채의 평균 낙찰금리는 4.09%로, 종전 지난달 입찰에서의 4.73%보다 금리가 크게 하락했다는 점이다. 10년만기 국채 역시 낙찰금리가 한 달새 5.82%에서 5.24%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유통시장에서도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있다(국채가격 상승).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전일보다 3bp(0.03%포인트) 하락한 5.16%를 기록하고 있다. 증시에서도 FTSE MIB지수가 0.9% 오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미국 뉴욕의 외교관계평의회에서 열린 강연에서 “우리는 이미 재정적자를 줄이고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한 긴축안을 시행했다”며 “또다시 국채매입을 요청하면서 긴축을 해야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유로존 전체 시스템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면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 피치 “美 재정절벽땐 내년 세계성장률 반토막”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사는 미국의 재정절벽이 향후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내년도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반토막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치는 글로벌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서 재정절벽이 현실화된다면 우리가 전망하고 있는 내년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인 2.3%가 0.3% 수준으로 2%포인트 정도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럴 경우 물가와 임금 인상률도 낮아지면서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도 전망했다.

이같은 우려 속에 피치는 재정절벽 문제가 해소된다면 전제하에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하며 지난 6월 전망치였던 2.2%에서 소폭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2.8%에서 2.6%로 낮춰 잡았다. 2014년 전망치 역시 3.1%에서 3.0%로 낮췄다.

내년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3%로 낮췄고 대신 올해 전망치는 2.2%로 그대로 유지했다. 유로존의 경우 GDP 성장률이 올해 0.5% 후퇴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향후 2년간에도 0.3%,, 1.4% 각각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 美 고용지표 호조..성장-내구재-주택지표 부진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전주보다 2만6000건이나 줄어든 35만9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37만8000건은 물론 전주의 38만5000건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특히 이는 최근 두 달만에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다만 2주일전 수치는 종전 38만2000건에서 38만5000건으로 소폭 상향 조정됐다. 변동성을 줄여 추세를 알 수 있는 4주일 이동평균 건수도 지난주 37만4000건으로 전주의 37만8500건보다 다소 줄어들면서 최근 추세적인 증가세에서 벗어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미국의 지난 2분기중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차 잠정치인 1.7%보다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된 1.3%에 머물렀다. 이는 1.7%였던 시장 예상치는 물론이고 2.0%였던 1분기 확정치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또 지난 8월 미국의 내구재주문이 전월대비 13.2% 급감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5.3% 감소 전망치를 크게 밑돈 부진한 수치였다. 특히 이는 지난 2009년 1월 이후 3년반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었다. 앞선 7월 수치는 종전 4.1% 증가에서 3.3% 증가로 하향 조정됐다.

아울러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지난 8월중 미국 잠정주택 판매지수가 전월대비 2.6% 감소한 99.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보합 전망치를 밑돈 것이다. 그러나 판매지수는 전년동월대비로 10.7% 상승했다.

◇ “그리스 연정, 115억유로 추가긴축안 잠정합의”

그리스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3당 대표들이 총 115억유로(148억달러) 규모의 추가 재정긴축안에 대체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구제금융 지원금 집행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그리스 정부 소식통을 인용,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와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당수는 포티스 쿠벨리스 민주좌파당 당수와 만나 이같은 정부 긴축안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전체적인 긴축방안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렀고 이제 최종적으로 수백만유로 정도의 재정지출 삭감항목만 쟁점으로 남았다”며 “최종 합의는 이날 늦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야니스 스투나라스 그리스 재무장관도 “추가 긴축안에 대해 3당간에 기본적인 합의를 이뤘다”며 이를 시인했다. 이같은 추가 긴축안은 그리스가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2차 구제금융 지원자금의 차기 집행분을 승인받기 위해 필수적인 요구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