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지영한 기자
2009.05.14 05:23:50
다우 지수는 3.01% 하락..S&P 500 지수는 2.69%↓
밸류에이션부담 + 소매지표 부진 + 사상 초대 주택압류
[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뉴욕증시가 13일(현지시간) 급락했다. 최근 랠리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소매판매 지표가 예상밖의 부진을 보인 점이 영향을 미쳤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84.22포인트(2.18%) 떨어진 8284.89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1.73포인트(3.01%) 급락한 1664.19를,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24.43포인트(2.69%) 하락한 883.92를 각각 기록했다.
뉴욕증시는 소매지표 악재로 개장초부터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여기에다 4월 주택압류신청이 2개월 연속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투자심리에 부담을 줬다.
최근 2개월간 급등한 영향으로 밸류에이션에 부담이 커졌던 상황에서 악재성 재료들이 나오자 차익실현 및 경계성 매물들이 뒤섞여 출회되면서 주요 지수들이 급락했다.
소매지표가 예상밖의 부진을 내보이자 경기회복 지연 우려감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한 반면 지표부진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늘면서 미국 국채와 미 달러화는 강세를 보여 대조를 이루었다.
4월 소매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소비관련 종목들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다우지수 구성 종목이자 유통업종 대장주인 월마트는 2% 이상 떨어졌고,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도 1분기 분기실적이 예상치엔 부합했지만 소매지표 부진 여파로 6% 넘게 떨어졌다.
또 미국의 4월 주택압류신청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점과 지난주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가 3월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소식으로 주택관련 종목들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주택건설업체인 비저홈즈(Beazer Homes)가 21%나 떨어졌고, 호브내니언(Hovnanian)과 톨브러더스(Toll Brothers) 등도 12%와 5%씩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소매업체이면서 주택경기지표에도 큰 영향을 받는 홈디포의 경우엔 오히려 1.6%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씨티그룹이 다우 종목인 홈디포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조정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세계 최대 반도체칩 메이커인 인텔은 호재와 악재가 겹친 가운데 0.5%의 약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인텔은 폴 오텔리니 최고경영자(CEO)가 전날 장마감 직후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을 것 같다"고 언급, 실적관련 호재로 급등세가 예상됐다.
그러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인텔에게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10억6000만유로(14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다는 악재가 전해져 실적관련 호재를 상쇄했다.
EU 집행위는 인텔이 AMD 등 경쟁업체의 시장진입을 막기 위해 인텔칩을 사용하는 PC업체들에게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등 불공정거래를 일삼았다며 벌금 부과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인텔의 경쟁사인 AMD는 4% 넘게 올랐다. 인텔이 유럽에서 제제를 받게 돼 `반사이익`이 기대된데다, 인텔이 2분기 실적에 대해 긍정적인 코멘트를 내놓음에 따라 AMD의 실적개선에도 기대감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은행주들은 약세를 보였다.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6~10% 안팎 급락했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데다, 유상증자 등 자본조달을 둘러싼 부담감과 유럽은행들의 실적부진 등이 영향을 미쳤다. 보험주인 AIG도 11%나 급락했다.
자동차종목들은 전날의 폭락세에서 벗어났다. 전날 파산보호신청 우려감으로 20%나 폭락했던 GM은 반발매수세가 들어오면서 5%대의 오름세로 마감했다.
3억주에 달하는 유상증자 계획이 부담이 돼 전날 17% 떨어졌던 포드는 약세를 이어갔지만 하락폭은 1%에 그쳤다. 포드는 이날 신주발행가액이 4.75달러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장중 5% 넘게 떨어진후 낙폭을 조금 만회했다.
이밖에 제약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다우 종목인 화이자가 2% 올랐고 머크도 3% 가까이 상승했다. 화아자의 경우엔 향후 배당을 늘릴 것이란 애널리스트 관측이 영향을 미쳤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4월 소매판매(계절조정)가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전월 수치도 1.2% 감소에서 1.3% 감소로 하향 조정됐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의 컨센서스로는 4월 소매판매가 0.2% 가량 증가한 것으로 전망됐다. 결과치가 예상을 벗어난 셈이다.
집값 하락 등으로 가계의 자산가치가 크게 감소한 가운데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가계의 소비능력을 계속해서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3월 기업재고가 1% 감소했다. 7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특히 기업들의 3월 판매는 올들어 가장 큰 폭인 1.6% 감소했다. 이는 재고감소 배경이 수요증가 때문이 아니라 수요부진에 따른 공급축소에 기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부동산 조사업체인 리얼티트랙(RealtyTrac)은 4월중 주택압류신청을 받은 주택수가 전년비 32%나 급증한 34만2038채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374가구중 1가구꼴로 압류신청을 받은 셈이다. 특히 4월 주택압류신청 건수는 2005년 데이타가 집계된 이래 2개월 연속 최대를 기록했다.
치솟고 있는 실업률이 주택압류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가격 하락으로 주택의 담보가치가 크게 떨어진 반면 실직 가정을 중심으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연체자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4월 현재 8.9%까지 상승한 상황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지도부와 회합한 직후 연설을 통해 의료개혁법안이 경제회생과 재정적자 억제에 도움을 준다며, 미 의회에 대해 연내 의료개혁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 낸시 펠로시 의장은 7월말까지는 의료개혁법안이 하원에 올려져 토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의료개혁법안이 7월중 하원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면서 뉴욕증시는 장중 한 때 낙폭을 조금이나마 줄이기도 했다.
오바마의 의료개혁안은 4600만명에 달하는 무보험자들에게 의료보험혜택을 확대하되, 의료비용은 가구당 연 2500달러를 축소함으로써 의료보험을 확대하면서도 재정건건성도 도모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공화당은 오바마의 의료개혁법안이 의료보험시장의 기초를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이미 커질대로 커진 재정적자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다.